"전통춤의 묘미는 명주실을 한올씩 풀듯이 마음속에 쌓아놓은 한과
흥을 절제되고 꾸밈없는 춤사위로 풀어내는데 있어요"

한국무용가 임이조씨 (46.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전수조교)가
춤인생 41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창작세계를 선보이는 무대를 마련한다.

13일 오후 6시 여의도 KBS홀에서 열리는 "한이 깊으니 흥도 깊더라"가
그것.

그는 6살때 송범 선생의 발레학원에 들어간 뒤 오춘광 은방초 선생을
거쳐 이매방 선생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전통춤을 시작했다.

"남성무용가의 입지가 좁은 현실에서 40여년간 춤을 추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찍 세상을 뜬 춤꾼어머니의 숙원을 풀고자 계속했지요"

1부에서는 이매방류 "승무"와 "살풀이" "한량무" 등 전통춤에 이어
안숙선씨의 질박한 남도민요에 맞춰 진유림씨와 2인무 "사랑"을 춘다.

2부에서는 동해안별신굿과 오귀굿의 음악과 몸짓에 전통적인 춤사위를
곁들인 창작무용 "신무"를 발표한다.

"동해안굿은 엇박이 많고 장단이 어려워 춤박자를 짚고 나가기가
까다롭지만, 남도굿에 비해 소품이 화려하고 섬세해 춤출 때마다 독특한
매력을 느끼지요"

서울풍물단과 윤윤석 (아쟁) 김무길 (거문고) 김무경 (해금) 이철주
(대금) 김재영 (피리)씨 등이 연주를 맡고 임씨를 비롯 40여명이 출연한다.

임씨는 "힘들고 어려운 고비를 넘길 때마다 춤의 깊이와 맛이
더해진다"며 "전통춤과 음악에 대해 너무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우리것의
참멋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문의 3461-5192.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