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 이봉구특파원 ]

일본에서는 최근 휴대전화와 관련 큰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이시장에서 제2위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DDI(제2전전)계 셀룰러전화그룹과
제3위의 일본이동통신(IDO)이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DDI는 1천억엔을 투자해 현행 애널로그휴대전화를 98년부터 미국식
디지털 휴대전화방식으로 전면이행키로 했고 IDO도 내년중 도쿄에서의
실험을 거쳐 98년무렵부터 CDMA방식에 의한 서비스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PDC(퍼스널 디지털 셀룰러)라는 이름의 독자적인 통신시스템이
지배해온 일본시장에서 두방식이 공존하는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지난93년3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PDC는 TDMA(시분할다중접속)계열이지만
일본의 기술을 가미해 만든 일본형 디지털통신방식이다.

개발의 주역이자 일본통신망을 한손에 거머쥐고 있는 NTT가 계열사인
NTT도코모를 통해 이방식에 의한 전면디지털화를 전국적으로 확대해가고
있고 여타업체들도 대부분 이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PDC와는 별도로 간이휴대전화로 불리는 PHS란 개인무선전화도 있다.

지난해7월부터 보급된 PHS도 TDMA기술을 응용한 것이지만 무선으로
통신하는 부분은 불과 2백-5백m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유선망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휴대전화와는 크게 다른 특징이다.

일본시장은 놀라운 템포로 성장해가고 있다.

지난9월말현재 휴대전화는 1천5백30만대 PHS는 3백95만대에 이른다.

휴대전화는 지난6개월동안 5백만명이상이 신규가입했고 PHS도 최근
월간 가입자수 40만-5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유사이래 최대히트상품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액도 급팽창하고 있다.

우정성은 올해 통신업체들의 설비투자가 1조6천2백22억엔에 달해
자동차산업의 1조2천5백41억엔 철강의 7천2백55억엔을 훨씬 웃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DDI와 IDO가 급성장시장에서 안주를 외면하고 CDMA로의 전환이란
모험을 택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CDMA가 기술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에 있다.

앞으로 수요가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는 멀티미디어통신에는 CDMA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분석한 때문이다.

PDC방식의 경우는 매초9600비트의 속도로밖에 전송할 수없지만
CDMA는 이의 6배수준인 64킬로비트를 전송할 수있고 장래적으로는
5백배인 5메가(1메가는 1백만)비트까지 전송이 가능하다.

5메가라면 TV영상도 전송할 수있는 수준이다.

PDC방식도 영상을 전송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위해서는
대량의 전파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휴대전화에 이용할 수있는 전파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용자
급증으로 주파수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화상전송은 무리다.

이에반해 CDMA는 전파를 유효활용할 수있기 때문에 이용자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

이들기업이 CDMA를 택한 또다른 이유는 이기술이 NTT와는 다른
기술이라는 점에 있다.

PDC는 사양이 공개돼 있지만 시스템의 대부분은 NTT가 개발한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데도 언제나 NTT에 뒤지고 있고
게다가 로열티까지 물어야 한다.

말하자면 이들은 CDMA로의 전환을 통해 타도NTT를 선언하고 나온
셈이다.

일본시장은 이처럼 통신업체간 치열한 경쟁체제가 빚어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결국 CDMA방식이 지배하게 될 것으로 LG정보통신일본사무소의
박익균부장은 분석한다.

그는 그근거로 전기통신기술심의회(우정상의 자문기관)가 지난4월
CDMA방식을 도입할 것을 제언했고 우정성도 이의 보급을 측면지원키로
했다고 지적한다.

박부장은 또 PDC방식의 주역인 NTT도 장기적으로는 2기가밴드대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와이드밴드 CDMA를 구축해 화상전송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고 설명하면서 NTT는 이미 이에대한 기초기술개발을
완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