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인위적 금리인하의 파장 .. 황의각 <고려대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황의각 < 고려대 교수 / 경제학 >
국내 경제가 심각한 전환기적 위기에 처해 있다.
과거 높은 국민 저축률과 잠재성장력의 향상요인 등으로 흥청이던
한국경제에 총체적 위기감이 불어 닥치고 있다.
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질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제기되는 단골메뉴는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집단이 들고 나오는 금리인하 요구이다.
과거에는 특혜금융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고 현재는 대부분 타인자본으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금리인하야말로 부채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금리인하가 통화증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물가상승이
나타나면 기업의 생산품 가격도 상승하기 때문에 기업은 동일한
생산수준에서도 종전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통화증가에 의한 금리인하와 가격상승의 초래는 기업에는 비용절감과
수입증대라는 일석이조의 득을 보게 되는 셈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파레토(Pareto) 최적조건에 따르면 어느 한쪽(기업)의 이익증대는
다른 한쪽(일반국민)의 손실증대를 반드시 수반하는 것이 사회경제의
이치이다.
즉 금리인하를 통한 기업의 혜택은 일반서민과 자산증식의 소박한 꿈을
가지고 적은 소득에서 쓸 것 절약하면서 저축하고 있는 국민의 손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금리를 인하시키자면 통화공급을 늘려야 하고 늘어난 통화공급은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물가상승을 초래하며 결국은 장기명목금리의 상승으로
나타나서 실물경제는 인플레이션의 고통만을 안게 된다.
국민들은 미래소비보다 현재소비를 더욱 선호하게 되며 일부 부유층
사람들은 과시적 소비로 치닫게 되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외생성
(externality)을 조성시켜 계층간 위화감을 부추기고 사회범죄를 증폭시키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금융실명제 도입과 97년부터 실시될 금융종합 과세제도
등의 영향으로 저축은 급속히 줄어드는 대신 고급소비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급속한 금리인하는 이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단기금리 인하를 위해 통화증가를 확대하면 국내 물가상승으로 우리상품의
수출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때 기업의 단기금리 부담의 감소가 생산품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기에는
기업들이 안고 있는 금융부채 비중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 근본적으로 재무구조의 충실화를 기하지 않는다면 단기금리 인하
조치는 마치 암과 같은 중병환자에게 진통제를 투여하는 일시적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욱 치료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 것이다.
기업측에서는 통화증발을 수반하지 않고도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할
지 모른다.
예컨대 국제금융시장에서 기업들이 값싼 금리의 상업차관을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국내금리가 국제금리 수준으로 인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국내 채권시장의 개방으로 외국자본의 유입을 촉진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같은 외자유치 촉진은 자본시장의 개방스케줄에 따라 이루어지겠지만
도입된 외자는 국제수지 포지션에 따라 통화증발을 가져오거나 아니면
대외채무잔액의 확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기업측은 중앙은행의 재할인 이자율을 현행(5%) 수준의 절반으로 낮출 때
그만큼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재할인율의 인하는 곧 신용창조의 확대를 통한 통화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단기금리의 인하가 금리재정을 통해 장기금리의 인하로 이어진다면
실물경제의 회복을 기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금리중시의 통화정책은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러나 만약 통화당국이 통제가능한 단기금리의 움직임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장기금리와 밀접한 연계관계를 결여할 경우에는 단기금리의
인하로 부채 의존형 기업의 단기부채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데서 나오는
사회적 이익보다는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의 인상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손실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명목금리 수준이 대만 일본 미국 뉴질랜드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구매력 평가환율로 평가한
우리나라의 실질금리는 결코 높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표상의 물가지수로 평가한 실질금리는 물가지수 편제상의
가중치 왜곡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낮게 추계되고 있어서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본다.
비교국가들과의 구매력 평가를 고려한 우리나라의 실질금리 수준은 연
2%내외 수준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실제 인플레이션율을 더 낮추지 않고 명목금리를 2%포인트 이상
하향조정하면 구매력 비교로 평가되는 실질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끌어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되면 투자에 못미치는 국내 저축으로 경상수지적자, 즉 해외저축
의존도의 확대를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당면한 경제난국의 극복을 인위적 금리인하에서 찾기보다는
기업의 경영.재무구조의 개선, 생산성 증대, 그리고 물가 및 임금의 안정을
통해 이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0일자).
국내 경제가 심각한 전환기적 위기에 처해 있다.
과거 높은 국민 저축률과 잠재성장력의 향상요인 등으로 흥청이던
한국경제에 총체적 위기감이 불어 닥치고 있다.
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질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제기되는 단골메뉴는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집단이 들고 나오는 금리인하 요구이다.
과거에는 특혜금융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고 현재는 대부분 타인자본으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금리인하야말로 부채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금리인하가 통화증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물가상승이
나타나면 기업의 생산품 가격도 상승하기 때문에 기업은 동일한
생산수준에서도 종전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통화증가에 의한 금리인하와 가격상승의 초래는 기업에는 비용절감과
수입증대라는 일석이조의 득을 보게 되는 셈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파레토(Pareto) 최적조건에 따르면 어느 한쪽(기업)의 이익증대는
다른 한쪽(일반국민)의 손실증대를 반드시 수반하는 것이 사회경제의
이치이다.
즉 금리인하를 통한 기업의 혜택은 일반서민과 자산증식의 소박한 꿈을
가지고 적은 소득에서 쓸 것 절약하면서 저축하고 있는 국민의 손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금리를 인하시키자면 통화공급을 늘려야 하고 늘어난 통화공급은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물가상승을 초래하며 결국은 장기명목금리의 상승으로
나타나서 실물경제는 인플레이션의 고통만을 안게 된다.
국민들은 미래소비보다 현재소비를 더욱 선호하게 되며 일부 부유층
사람들은 과시적 소비로 치닫게 되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외생성
(externality)을 조성시켜 계층간 위화감을 부추기고 사회범죄를 증폭시키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금융실명제 도입과 97년부터 실시될 금융종합 과세제도
등의 영향으로 저축은 급속히 줄어드는 대신 고급소비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급속한 금리인하는 이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단기금리 인하를 위해 통화증가를 확대하면 국내 물가상승으로 우리상품의
수출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때 기업의 단기금리 부담의 감소가 생산품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기에는
기업들이 안고 있는 금융부채 비중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 근본적으로 재무구조의 충실화를 기하지 않는다면 단기금리 인하
조치는 마치 암과 같은 중병환자에게 진통제를 투여하는 일시적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욱 치료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 것이다.
기업측에서는 통화증발을 수반하지 않고도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할
지 모른다.
예컨대 국제금융시장에서 기업들이 값싼 금리의 상업차관을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국내금리가 국제금리 수준으로 인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국내 채권시장의 개방으로 외국자본의 유입을 촉진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같은 외자유치 촉진은 자본시장의 개방스케줄에 따라 이루어지겠지만
도입된 외자는 국제수지 포지션에 따라 통화증발을 가져오거나 아니면
대외채무잔액의 확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기업측은 중앙은행의 재할인 이자율을 현행(5%) 수준의 절반으로 낮출 때
그만큼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재할인율의 인하는 곧 신용창조의 확대를 통한 통화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단기금리의 인하가 금리재정을 통해 장기금리의 인하로 이어진다면
실물경제의 회복을 기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금리중시의 통화정책은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러나 만약 통화당국이 통제가능한 단기금리의 움직임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장기금리와 밀접한 연계관계를 결여할 경우에는 단기금리의
인하로 부채 의존형 기업의 단기부채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데서 나오는
사회적 이익보다는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의 인상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손실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명목금리 수준이 대만 일본 미국 뉴질랜드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구매력 평가환율로 평가한
우리나라의 실질금리는 결코 높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표상의 물가지수로 평가한 실질금리는 물가지수 편제상의
가중치 왜곡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낮게 추계되고 있어서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본다.
비교국가들과의 구매력 평가를 고려한 우리나라의 실질금리 수준은 연
2%내외 수준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실제 인플레이션율을 더 낮추지 않고 명목금리를 2%포인트 이상
하향조정하면 구매력 비교로 평가되는 실질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끌어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되면 투자에 못미치는 국내 저축으로 경상수지적자, 즉 해외저축
의존도의 확대를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당면한 경제난국의 극복을 인위적 금리인하에서 찾기보다는
기업의 경영.재무구조의 개선, 생산성 증대, 그리고 물가 및 임금의 안정을
통해 이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