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따로 기능따로''

슬롯머신모양의 저금통.

빨간 토마토 모양 전화기.

라디오 소리가 나오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셰익스피어전집모양의 담배곽.

겉보기와 속이 완전히 다른 상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내용물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고는 속을 쉽게 알아낼수 없는 깜찍한
패션생활용품 개발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것.

이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담은 것과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개성을
강조하는 신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겉모양에서부터 무언가 다른 것을 찾으려는 신세대 취향을 십분
감안한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이색상품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이를 취급하는 매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생활관 4층 이색팬시용품매장이 그 대표적인 예.

이 매장을 지나가던 고객이면 누구나 50cm가 넘는 대형 버드와이저
술병앞에 멈춘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보기보다 가벼운 이것은 사실 맥주병이 아니다.

뚜껑에 동전넣는 구멍이 뚫린 저금통이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 번씩 다 만져보는 이 매장의 명물이다.

이 매장에는 이처럼 "겉다르고 속다른" 이색상품들로 가득 차 있다.

30가지가 넘는 전화기만해도 "제대로 된" 전화기는 하나도 없다.

토마토 강아지 바나나 햄버거 쥐 주크박스 공중전화박스 911응급신호대.
신세대들의 감성에 맞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전화기들이다.

외국에서 들여온 이색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내는 중소무역업체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회사가 모노하우스(대표 신현덕).

94년 압구정동에 20평규모의 "모노하우스"매장을 열고 일본 미국등
해외에서 사들인 "유머와 장난기 있는"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영매장외에 홍대앞에 대리점도냈다.

갤러리아백화점 메트로미도파 유투존등 주로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백화점에도 속속 입점하고 있다.

매장이 이처럼 늘어나면서 안팎이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설립되고 있다.

나경물산 신우통신등이 바로 그러한 업체이다.

이들은 선물용품등으로 갤러리아 유투존 메트로미도파등에 이색상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들 이색매장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중 가장 먼저 이색팬시매장을 낸 갤러리아의 경우 현재 20평
매장에서 하루 2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고객은 20대 여성층.

"선물용보다는 자신이 쓰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갤러리아는 내년 봄 개편때 매장을 40평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상품도 400가지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유투존도 10평 남짓한 매장에서 하루 100만원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효자매장"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것이다.

유투존의 경우 중고생부터 30대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

남성고객들도 꽤 많이 찾고있다.

아이디어와 유머감각을 살린 이들 상품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고객들로 부터 불만을 사기도 한다.

우선 수입품으로 가격이 너무 비싸고 물건이 제때에 들어오지 않아
품절될때가 많다는 점.애프터서비스가 소홀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매장이 많지 않아 구입이 쉽지 않은 것도 불평거리다.

수입업체측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재고반환이 불가능해 제품선택에 위험부담이 따르고 있다.

지속적인 제품공급도 쉽지 않다.

따라서 "당분간은 가격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색상품의 유통에는 이처럼 문제거리가 남아있다.

그렇다하더라도 개성과 차별화를 중시하는 신세대들을 중심으로한
"성인용장난감"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이들상품의 생산 판매는 갈수록 활발해질것 같다.

< 권수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