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발표될 금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미국의 리처드 홀브룩 보스니아
문제 협상대표가 유력시되고 있으나 지난 79-80년 한국의 유혈 군사집권
사태와 관련, "의심스런 역할"을 했던 장본인이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이의가 제기됐다.

지난 77년부터 82년까지 한국특파원을 지낸 에이션월스트리트저널지의
노먼도프씨는 이 신문 최근호 칼럼을 통해 홀브룩의 수상자격을 문제삼고
나섰다.

도프는 "광주학살이 남긴 시체를 친히 세어보고 이 탄압사태이후의 수년을
지켜본 사람"에게 홀브룩이 보스니아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든 노벨위원회
가 그를 평화상수상자로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이라고
말했다.

최근 비밀해제된 미정부문서에 따르면 전두환 쿠데타 바로직전 당시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였던 홀브룩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한국의 반체제인사들
이 "불안정"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기를
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부가 반체제인사 수십명을 체포했을 때 홀브룩은 이들이 군부지도자들
에게 문제를 야기시켜 스스로 체포를 유발했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돼 있다.

홀브룩은 79년 12월 6일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대사에게 비밀전문
을 보냈다.

그는 이 문서에서 "비교적 극소수의 기독교 극단주의 반체제인사들"이
어떻게 민주화데모로 정부를 괴롭힐 수 있는지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홀브룩은 카터대통령이 6개월전 한국을 방문, 일부 기독교 반체제인사들과
만나 그들의 민주화투쟁에 지지를 표명하긴 했으나 지금은 그러한 투쟁을 할
때가 아니라면서 그들에게 "솔직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입장은 "계엄령과 긴급조치 9호의 해제를 원하지만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계엄령에 도전하는 것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노먼 도프 칼럼은 또 홀브룩이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반체제인사들이 더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미묘한 작전"(delicate operation)을 하도록 제의
했다고 지적했다.

홀브룩은 한국 국내정세가 민감한 이때 시가데모는 옛시대로의 후퇴를
의미하며 한국정부의 역행조치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글라이스틴대사는 이같은 홀브룩의 견해가 최선의 접근책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메시지가 반체제인사들이나 군부에 전달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도프는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