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해설가 허구연씨(46).

그는 프로다.

지난 82년 국내 처음으로 연봉을 받음으로써 야구해설가의 프로시대를
열었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그의 해설은 타율등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있다.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선수의 투구나 타격성향을 분석함으로써 국내
최고의 전문 해설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구는 데이터게임"이라고 말하는 그는 정보분석이 관중들에게
야구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고 믿고있다.

선수개인 스스로도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하려면 "상대투수나 타자를
면밀히 분석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때문에 야구에서 컴퓨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게
그의 얘기이다.

국내 야구계에 컴퓨터 활용을 촉진한 선구자이기도 한 그는 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때 휴대용컴퓨터를 들고 나와 선수개인의
타격성향을 분석,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 92년엔 국내에서 맨먼저 데이텔이라는 전문업체를 세워 야구경기
결과및 선수들의 타격성향등에 대한 음성정보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등 PC통신에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장외해설을 하는 셈이다.

사실 그의 뛰어난 해설의 밑천은 데이텔이 컴퓨터로 분석한 선수파일에서
나온다.

그러나 허씨가 컴퓨터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실감한 것은 지난 90년
미국에서의 1년 코치생활이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의 경험을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로치면 리에 해당하는 조그만 마을에서 열리는 야구경기장에도
전광판과 코치실에 선수성적및 타구장의 경기속보등이 컴퓨터를 통해 분석,
즉각 제시되는것을보고 정보통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술회하는 그는
"미국에서는 컴퓨터를이용해 타격폼을 수정해주는 컴퓨터 클리닉수준까지
올라있다"며 "해설가들도 타율을 얘기하기보다는 철저한 분석해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해설의 경우 기록정리는 잘 하나 기술적인 설명에는 약하다는게
그의평가.

빗맞은 안타를 구분하는 것은 물론 어느 투수는 어느 타자에게 어떤
카운트에서 잘맞는다든지 등도 알려줘야 한다는 것.

단순 수치계산으로는 안된다는 얘기다.

"정보통신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세운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대중이 정보통신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낄때 제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허씨는 "대중적인 스포츠인 야구의 정보화가 선진화될때 대중의 정보통신
수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각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물론
방송사 등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화투자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