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원장 >

우리 경제가 무척 어렵다.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로 커지고 있으며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
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마저 보인다.

국내 경제의 보다 큰 심각성은 이러한 어려움이 구조적이라는데 있다.

첫째, 우리 경제는 선진국 단계로 올라서기 전에 경제의 활력을 잃어가는
"조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파른 임금 상승과 저축률 하락 그리고 높은 물류 비용과 금리 부담에
의해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제조업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산업
공동화의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우리의 정책대응 능력도 시장 개방에 따른 급격한 대외 경제 여건
변화로 매우 취약해졌다.

자본 개방의 확대로 단기 투기성 자본의 유출입이 자유로워서 통화나
환율 정책과 같은 거시 경제 정책으로 국내 경제를 조절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셋째, 정신 구조의 "이중성"으로 국민 경제전체의 효율성이 낮아지고 있다.

민주화와 개방화 추세에 의해 합리적인 자율의식이 높아지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이전의 규제와 지시에 의한 집단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치
체계가 온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문제는 결국 우리경제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어려움의 해결책은 어떻게 하면 국내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
시킬수 있겠느냐라는 측면에서 구해진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 문제는 단기 성과에 급급해서는 안되고 눈 앞에
닥친 21세기의 급격한 경제 환경 변화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응할수 있을
것인가라는 동태적인 접근 자세에서 답을 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 나라 경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는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와 21세기의 경쟁력 결정 요소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 경제 사회의 특징은 "무국경 무한 경쟁"과 "정보화.지가 사회"가
정착되는데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새로운 경쟁원리를 창출한다.

첫째, 경쟁의 결정 요인이 변한다.

냉엄한 세계 경쟁 속에서 과거와 같은 비교우위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제는
절대우위의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수 있게 된다.

또한 정보화.지력 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노동 자본 등 재래의 생산
요소보다 더욱 중요한 생산및 경쟁 요소로 등장한다.

둘째, 경쟁의 성격이 변한다.

정보화에 의해 기술 혁신이 가속화됨에 따라 경쟁의 내용이 이전의 "비용
경쟁"과 "품질 경쟁"을 거쳐 누가 먼저 값싸고 좋은 상품을 공급하느냐라는
"시간 경쟁"으로 변모된다.

셋째, 경쟁패러다임 자체가 변한다.

앞으로의 경쟁은 절대우위를 확보하고 시간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이전의 단순한 "생산 공정 경쟁"에서 보다 복합적인 "구조 경쟁"으로
바뀐다.

구조 경쟁이란 효율적인 사회 구조를 지닌 나라가 높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효율적 사회란 정부 기업 국민의 총체적 경제 역량과 기민성이 최대한
발휘될수 있는 사회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21세기 생존 전략이 저렴한 요소 가격에 의한 가격 경쟁력
확보와 함께 지식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 비가격 경쟁력을 누구보다 빨리
확보하는데 있음을 시사해 준다.

따라서 우리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 첫째, 거시적 측면에서 국내 생산
요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서부터 수립되어야 한다.

임금 안정을 위해서는 노동 시장의 경직성 완화가,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금융 기관의 생산성 향상과 경제 내 높은 기대 수익률의 하향 조정이 필요
하다.

또한 물류 비용을 덜기 위해 적극적인 민자 유치를 통한 SOC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국내 고비용 구조 개선의 첩경은 저축 증대에 있다.

저축 증대는 투자 재원의 확보를 쉽게하여 금리를 하락시키며 과소비를
억제하여 물가와 임금 안정을 유도한다.

이는 결국 경제 성장의 추진력이 되며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시킨다.

더욱이 국내 인구 구조가 생산보다 소비 부문이 더 큰 노령화 형태로
변화되고 있어 미래의 성장과 복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저축은 증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저축증대는 이자율 상승이 아닌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높여주는
측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 소득자와 사업 소득자간의 세율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여성과 고령층 노동력을 활용하는 부문에 대한 세제 혜택이 부여되어
가구전체의 소득원이 확충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소득세에서 소비세 중심으로 세제 전환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둘째, 미시적으로 21세기 시대 변화에 맞는 산업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우리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는 미래 첨단 산업의 육성과 함께 기존의 국내 주요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는 동북아경제권과
의 경제교류에서 우리가 경쟁우위를 확보할수 있는 철강 자동차 산업과 같은
기간 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 정책도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세계화 시대에서는 기업 규모와 산업 집중도 개념이
협소한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할 때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도 상호 대립의 관점에서 세계도처의 틈새 시장
개척과 신제품 개발을 위한 동반자 측면에서 새롭게 설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 변화와 함께 기업 경영 전략도 변해야 한다.

경제 활동의 대상과 시야를 넓혀서 생산 요소의 범세게적인 조달과 함께
전략적 제휴나 세계적 생산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데 힘써야 한다.

셋째, 제도적 측면에서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내 정보 인프라 구축과 시장 경제 원리의 정착이
시급하다.

특히 정부 기능의 축소를 통해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이루어져서 경제내
자유로운 경쟁이 활성화될때 국내 경제 전반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끝으로 정신적 측면에서 시대 변화에 맞는 올바른 경제 윤리를 확립하여야
한다.

21세기 지가 사회에서는 인간의 창조 능력이 중시되는데 이는 각 나라의
문화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국민의 창조 능력과 문화 창달을 중시하는 경제적 가치관을 새로운
시대의 행동 규범으로 설정하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