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성장도 물가도 경상수지도 이미 우려할 수준을 넘어섰다.

수출이 망가지고 기업의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값비싼 외제품은 날개돋힌듯 팔린다.

물가도 금리도 높기만 하다.

임금상승률은 노동생산성을 웃돈다.

사회간접자본도 빈약하기 그지없다.

이런 마당에 정부규제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이러니 기업이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제 웬만한 기업들은 해외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더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일각에서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따지고보면 국내의 고비용구조를 타파할 뾰족한 대책이 단기적으로 없다는
점 때문이다.

과다한 행정규제의 실태를 일본 대만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본다.

=======================================================================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우리나라를 "규제왕국"으로 평가했다.

47개국의 각 분야 경쟁력을 평가하면서 한국을 두번째로 법적규제가 많은
나라로 꼽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행정규제로 인해 겪는 고통은 새삼 따져볼 필요도 없다.

공장 하나 짓는데 수백장의 서류가 필요하고 수십개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처럼 됐다.

문제는 문민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시행된 규제완화 이후에도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규제지수"는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특히 그동안 정부의 규제완화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에 치우쳐 기업들의 신규 사업진입 가격결정 등에 대한 근본적
규제엔 변함이 없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고 인허가절차가 획기적으로 간소화된 것도 아니다.

기업들은 아직도 인허가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 그지 없다고 불평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규제완화 정책평가"에 따르면 문민정부
들어 추진된 2,659건의 규제완화 사안중 금융 보험업에 대한 규제완화는
83건으로 전체의 3.1%에 그쳤다.

제조업의 경우도 368건으로 13.8%에 머물렀다.

반면 전체의 33%인 885건이 서비스업에 몰려있다.

그러나 이나마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게 문제다.

순수 규제완화 사항 1,939건중 이행된 것은 83.1%에 머물렀다.

나머지 15.2%는 전혀 시행되지도 않았으며 1.7%는 부분 이행된데 그쳤다.

최근 대우경제연구소도 정부가 가격통제 진입제한및 각종 인허가절차 등
핵심규제사항에 대한 규제완화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내놓았다.

공무원의 소극적인 자세, 행정부처간 이기주의, 기업현실에 대한 이해부족
등 고압적이고 구태의연한 정부의 태도가 이전에 비해 크게 나아진게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