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등 영국에 현지공장을 가동중인 한국계 기업들은 요즘
내년도 임금인상안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노조가 없어 회사측이 인플레율과 경영수지 등을 감안해 임금 인상폭을
결정, 근로자들에게 이를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반드시 노조를 설립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근로자들이 노조설립을 요청해도 회사측이 반대하면 그뿐이다.

한국계 기업들은 물론 일본 혼다사 등 상당수 외국계 기업들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역 노조단체들은 기업들에 노조설립을 권유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심각한 마찰을 빚는 경우는 없다.

삼성전자 윈야드공장의 경우 지역 노련에서 한두차례 노조설립을 요청해
왔으나 회사측이 반대입장을 보이자 이를 포기했다는게 현지공장 배찬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대신 회사측과 근로자간 의사 교환을 위해 노사협의회를 운영하는게
일반적이다.

이도 한달에 한번 1시간 정도 의견을 교환하는게 고작이다.

또한 해고도 비교적 용이하다.

회사측이 규정을 정해 이를 위반하는 종업원에게 해고를 통보하면 된다.

자연히 노무관리란 개념도 없다.

종업원이 1,200명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경우 총무및 인사를 맡고 있는
담당자가 불과 12명에 불과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영국의 임금수준이 독일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등 유럽국가중 가장 낮은
것도 어찌보면 노조활동이 약한데 따른 결과인 셈이다.

삼성전자및 LG전자 영국 현지공장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7달러 정도.

주당 39시간 근무를 감안하면 1주일에 273달러(22만원)를 받아가는 셈이다.

휴일 등 법정 근로시간에 일을 하면 잔업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상여금 가족수당 퇴직금 등 임금외 지원금은 전무하다.

물론 통근버스 무료점심 등 복지제도를 회사가 제공하지도 않는다.

LG전자 영국현지공장의 조현익 법인장은 "영국의 임금수준은 우리와
비슷하나 임금외 지원을 감안하면 영국은 주당 7달러인데 반해 우리는
40%가 많은 10달러를 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영국 근로자들은 오히려 근로시간외 잔업을 회사측에 요청하는
실정이라고 그는 전한다.

영국은 분명 유럽에서 고용조건이 가장 좋은 국가이다.

한국 등 외국기업들이 유럽진출의 교두보를 영국에 서둘러 설립하는 것이
이의 반영이다.

덕분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평균 11%대의 극심한 실업난에 시달리나
영국의 실업률은 7%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임금수준은 낮은 편이나 사회보장및 소득세부담이 적어 영국국민들이
집에 들고 가는 실질소득은 다른 유럽국가와 비슷하다는게 영국 상무부
앤드루 프레이이저 대영투자국 대표의 설명이다.

때문에 산업경쟁력의 약화로 어려움을 겪어온 영국이 이제 과거 산업혁명을
일으킨 저력을 되살리고 있다고 그는 전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