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입의 의미를 한마디로 줄이자면 "개방과 자율"이다.

뒤집어 말하면 규제로부터의 자유다.

탈규제다.

그러자면 우선 정부부터 달라져야한다.

기업보다 의식도 생산성도 몸집도 처져있는 정부가 앞서가는 기업을
"다스린다"는건 어불성설이다.

아예 손을 뗐다 싶을 만큼 규제를 털어내고 몸집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발상의 전환"밖에 대안이 없다는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국가경쟁력 비교를 보면 우리정부의
상태가 어떤지를 알수 있다.

한국정부의 올해 경쟁력은 46개 조사국중 33위.

95년의 24위보다 무려 9계단 추락했다.

이는 아시아의 "네마리 용"중 최하위이며 말레이시아(4위) 인도네시아
(25위)에도 뒤지는 것이다.

"정부의 기업규제와 가격규제가 과다할뿐만 아니라 정부관료체제가
지나치게 기업활동을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 IMD의 분석이다.

독일 국제청렴기구도 선후진국이 포함된 41개국중 한국정부의 청렴도를
서구 각국은 물론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등에 뒤지는 27위로 평가했다.

김영삼정부 출범이후 3년동안 공무원수를 2만명 늘린뒤 뒤늦게나마 10%
경쟁력제고 방안의 하나로 향후 4년간 1만명을 줄인다고 하지만 경쟁국가의
생산성 향상 노력에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랄수 밖에 없다.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 선진국들의 움직임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잘사는 나라가 왜 저럴까 싶을 정도다.

미국 클린턴행정부는 99년까지 연방공무원의 12%를 감축하고 정부조직및
기구의 개편, 정부기관의 대국민 서비스기준 확정등을 준비중이다.

앞으로 <>연방정부기능의 통.폐합 <>대폭적인 민영화 <>유용성이 없는
기능 폐지등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79년 보수당의 대처총리 집권이후 노조의 영향력 약화, 공기업
민영화, 규제완화등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 영국의 경우 메이저총리가
교육 복지 의료등에 시장경제원리를 도입, 예산절감과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조직을 정책입안부서와 정책집행.사업부서로 분리개편하면서 집행및
사업부서를 공기업화 또는 민영화함으로써 지난 85년부터 94년까지 중앙부처
공무원의 53%를 감축한 뉴질랜드의 사례는 벤치마킹 1순위국가이다.

정부뿐아니라 광의의 정부부문이라할 공기업의 개혁도 시급하다.

정부가 공기업을 퇴직관료및 정치인의 낙하산 인사대상으로 삼으면서
상위직을 중심으로 증원을 눈감아주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84년에서 95년까지 정부투자기관의 평균당기순이익증가율은 7.2%였다.

민간상장기업은 33.3%였다.

같은기간 정부투자기관의 부채는 5%늘었는데 상장기업은 6.5%감소했다.

"비교"라는 말 자체가 어색할 정도다.

OECD는 회원국에게 시장원리에 따른 경제정책의 수립및 집행과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및 철폐를 권고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어느 국가와도 싸워 이길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과감한 권한이양및 민영화를 통한 조직슬림화와 규제 철폐가 개혁방향이다.

정부가 진정 고통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면 비경제부처에 대한 통.폐합,
명예퇴직제 확대를 통한 잉여인력 정리및 고급인력에 대한 처우 현실화,
공기업의 주인찾아주기를 미룰 이유가 없다.

정부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어딜까.

흔히하는 말로 진입탈퇴자유화 인허가규제폐지 정도 갖고는 안된다.

이젠 스스로 "관치"를 벗어던지자고 각오해야 한다.

선거 따지고 눈치보고 하는 사이에 국가경쟁력은 추락중이다.

그리고 정부는 소수정예인력으로 세금 교육 환경감시 사회간접자본확충같은
"본업"에 충실하면 될일이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