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했지만 역시 우리경제는 위기이고
선진화를 위해선 국가경제 전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흔히 말하는대로 6고를 원천적으로 시정하기 위한 대안마련은 말할
것도 없고 구태의연한 정부부터 전면개혁해야 된다는 인식이다.

옷에 몸을 맞춘다는게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OECD에 가입, 세련된
의상을 걸치게 된 만큼 관행과 제도 의식 모두 원점에서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는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수 기업임원 연구원 경제부처 공무원등 각계 경제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우리경제에
대한 의식구조를 조사했다.

설문결과를 정리한다.

<편집자>

=====================================================================

<< 경제상황 >>

<> 경기및 성장 =현재의 우리 경제상황을 고비용.저효율에 의한 "구조적
위기상황"(58%)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성장 국제수지등 주요 3대 경제지표 모두 악화일로에 있는 것은
"단순한 경기순환상의 위축 상태"(31%)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교수및 중소기업 사장의 경우 전원이 구조적 위기상황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다소 불안하지만 큰 문제가 없다"라는 낙관적 견해는 11%에 불과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거의 탈진상태에 이른 우리경제가 회복될 시점은
내년 3.4분기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3.4분기"(29%)와 "4.4분기"(20%)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98년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대답도 36%나 됐다.

이는 최근 수출과 투자부진에 따라 경기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경기수축기간이 다소 연장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적인 기조와 관련,경제전문가 10명중 7명은 국내경제를 "7%대의
잠재성장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곧 저성장 구조에 돌입할 것"(69%)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저성장구조로 진입했다"라는 의견도 26%에 달해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리경제도 저성장시대로 진입하는 시기가 그리 멀지 않음에
동의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으로 국내경제의 개방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우리경제상황에서 OECD가입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의 절반(51%)은 "적절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45%나 돼 OECD가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 고비용구조 >>

<> 현황 =우리경제의 고비용구조를 심화시키는 주범으로는 "고금리"
(45%) "고임금"(41%)과 "과다한 규제"(40%)를 지목했다(복수응답).

다음으로 "고물류비"(34%) "과소비"(23%) "비싼 땅값"(15%)을 꼽았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 9월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와는
상당한 인식차를 보이는 것이다.

일반국민들은 우리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과소비"(69%)를 압도적으로
지적했었다.

<> 금리및 환율 =현재 우리기업은 1천원짜리 상품을 팔면 그 가운데
이자로 나가는 돈이 56원(한국은행 발표 금융비용부담률은 5.6%임)일
정도로 금리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이러한 고금리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경제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의
비효율성"(29%)을 꼽았고 "기업의 높은 자금수요"(25%)도 함께 지적했다.

이외에도 "고물가"(15%) "높은 성장률"(15%) "해외자금 유입규제 등
정부의 자금규제"(15%)등이 고금리의 원인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금융부문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기관의 자율성"
(55%)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시장의 개방"(21%,) "대출등 금융기관의 공정성 제고"(15%)와
"주식.채권시장의 활성화"(8%)등도 제시됐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금리수준은 "2000년이 돼야"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응답(42%)했다.

"2005년 이내"라는 의견도 26%였으며 "2010년 이후"라는 비관적
시각도 10%나 됐다.

한편 "2000년 이전"이라는 응답은 7%에 불과해 경제전문가 대부분은
조기에 금리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또 선진국과 같은 낮은 금리수준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
(복수응답)으로 "금융자율화및 자율성 보장"(65%)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금융시장 개방"과 "지속적인 물가안정"이라는 의견도 각각 38%와
26%였다.

이외에도 "경제안정기조정책"(16%) "금융기관의 효율성제고"(15%)및
"기업의 차입의존경영체제 개선및 자기자본비율 확대"(11%)등을 꼽았다.

현재 8백20원대에 머물고 있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에 대해서는
대체로 "현수준이 적당하다"(50%)고 평가했다.

"더 절하돼야 한다"는 의견도 39%나 됐으며 "절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는 11%였다.

<> 임금.노동 =고비용 원인중 하나인 임금수준에 대해서는 경제전문가
대부분이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적당하거나 낮은 편"이라는 견해는 6%에 불과했다.

특히 임금수준이 너무 높아 "국가 경쟁력의 심각한 장애요소"라는
의견이 44%나 돼 높은 임금수준이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임금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응답자의 40%가 "노조의 교섭력에
의한 인상"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높은 물가상승률"(30%)과 "과거 저임금에 대한 보상"(21%)차원에서
높은 임금상승이 이루어졌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그러나 "높은 생산성 향상"때문이라는 견해는 4%에 불과했다.

이는 생산성 향상과는 별개로 정치.사회적 영향으로 이루어진 고임금
구조가 국가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최근 노동관련법 개정을 둘러싸고 쟁점이 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 도입에
전폭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연봉제"(88%) "정리해고제"(72%)및 "변형근로시간제"(91%) 도입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찬성을 표시한 반면 "복수노조"와 "노조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각각 59%와 75%가 반대의사를 보였다.

선진국에 비해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수준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여성인력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할 정책(복수응답)
으로는 "자녀양육 지원체제 강화"(48%)를 우선 제안했다.

또 "남녀차별요소 완화"(24%) "여성고용할당제 실시 또는 여성인력채용
우대책"(18%) "남녀 차별적 채용관행 해소"(18%) "여성의 산업인력으로서의
능력개발지원"(16%)등이 제시됐다.

<> 물가 =경제전문가들은 저물가구조 정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유통구조 개선"(55%)을 제안했다.

다음으로 "업체간의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 유도"(30%) "통화긴축을
통한 수요축소"(8%)등을 도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조정등 근본적 개선없이는 저물가구조의 정착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수입 확대"(3%)나 "정부의 강력한 물가통제"(1%)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해온 "공공요금 동결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일시적 효과만 있을뿐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다"는 견해(78%)를 피력했다.

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22%에 불과했다.

이와함께 공산품 가격인하를 통한 물가안정책 역시 "시장경제원리를
저해하는 방법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93%)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정부의 강제적이고 임기응변적인 물가안정책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임을 시사한다.

공산품가격인하책이 "물가안정을 위해 도움이 되므로 바람직하다"는
견해는 5%에 불과했다.

<< 정부개혁 >>

<> 정부조직및 민영화 =현재의 정부조직에 대해서는 "너무 비대해서
국가발전에 장애가 되므로 축소해야 한다"(80%)는 의견이 절대적으로
많아 정부조직 축소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수준이 적당하다"는 견해는 19%에 불과했다.

정부조직중에서 우선적으로 축소돼야 할 부처로는 단연 "재정경제원"
(64%)을 들었다(복수응답).

다음으로는 "내무부"(24%) "통상산업부"(19%) "총무처"(13%)
"공보처"(13%)등의 순이었다.

이와함께 정부부문의 개혁방향은 무엇보다 "규제완화"(41%)가 우선되어야
하며 "공무원의 의식개혁"(25%)등의 노력도 함께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외에도 "정부정책의 실효성"(11%)을 도모하고 "재정지출구조의
합리화"(4%)를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선진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로 "규제완화"
(83%)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이하 복수응답).

또 "정책의 일관성"(20%)과 "공무원의 의식개혁"(14%)도 상당수
언급했으며 "정부기구축소및 조직개편"(10%) "과감한 개방정책"(5%)도
제시했다.

공기업의 민영화 시기에 대해서는 "빠를수록 좋다"(56%)는 견해가
"경쟁체제를 갖추면서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44%)는 응답보다 많아
공기업 민영화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민영화가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할 공기업(복수응답)으로는 "한국통신"
(50%)과 "한국담배인삼공사"(49%)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와함께 "한국전력"(31%), "한국중공업"(20%), "철도청"(19%),
"포항제철"(14%), "한국가스안전공사"(14%)등도 조기에 민영화돼야 할
공기업으로 꼽혔다.

한편 경제전문가 2명중 1명은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간 조세형평성 문제"(49%)를 꼽았다.

"조세제도의 복잡성으로 인한 조세행정의 투명성 저하"(28%)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외에도 "높은 간접세 의존도"(11%)와 "기업과세의 불합리성에 기인한
기업의 경쟁력 약화"(9%), "재산세 상속세등의 낮은 세율"(2%)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 경제선진화 >>

<> 선진경제 =우리나라 경제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선진경제란 "공정한
자유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체제가 정립된 경제체제"(80%)라고
정의했다(복수응답).

또 "모두가 다함께 골고루 잘사는 복지사회"(15%),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회"(13%), "국가경쟁력을 갖춘 경제체제"(10%)라고 응답해
대체로 선진경제의 정의 안에는 공정한 자유경쟁 복지 삶의 질 경쟁력
등을 두루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우리경제가 "시장경제원리"에 얼마나 충실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10점 만점에 평균 4.4점을 줘 보통에도 훨씬
못미치는 "낙제 평가"를 내렸다.

<> 국가경쟁력제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SOC투자"(68%),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지원"(48%)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복수응답).

또 "중소기업지원"(18%), "교육부문투자"(18%), "환경보전및 개선"(16%),
"국토의 균형개발"(15%) 등의 순으로 투자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삶의 질이란 측면에서 선진복지사회 진입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분야로는
"교통"(30%), "대기오염및 환경"(30%)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교육"(20%), "의료및 보건"(9%)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한편 "문화및 여가환경 개선"에 대한 언급은 5%에 불과해 아직 기본적인
삶의 질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는 지금부터 5년 이내에 통일이 되는 것은
우리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막대한 통일비용 때문에 우리경제가 심각한 곤경에 처할 것"(60%)이라는
평가다.

"북한경제를 무리없이 수용하면서 꾸준히 성장"(20%)하거나 "남북간
시너지효과를 통해 국가경쟁력이 향상될 것"(20%)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도
40%나 됐다.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우리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10년후(47%) 또는 15년후(20%)가 적정한 통일시기라고 응답했다.

기업이 해야 할 일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45%), "기업 경쟁력제고"
(22%), "경영합리화"(14%)와 "기업윤리및 사회적 책임 준수"(14%)등을
당부했다.

일반국민과 근로자에게는 "경제능력에 합당한 소비생활및 저축"(95%),
"법질서확립에 솔선수범"(14%)할 것과 "성실한 직업의식"(13%), "과도한
임금투쟁지양"(8%)등을 촉구했다.

< 정리=박영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