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호주대륙의서부도시 퍼스에서 남쪽으로 202km 떨어진 콜리.

인구 7,000여명에 불과한 아주 조그만 시골읍이다.

이 콜리땅을 밟은 순간 ''이런 곳에도 외국기업(호주기업이 아닌)이 나와
있을까''하는 의문이 일었다.

그러나 이 의문은 우리나라의 한 기업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한솔포렘(주)이라는 이름의 한국기업이 이 촌구석에서 둥지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곳에 만든 둥지는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두번째 궁금증이
풀린 것은 콜리읍내에서 외곽으로 30분가량 자동차를 타고 나간
후였다.

한솔포렘이 이 먼 곳에다 만들어 놓은 둥지는 거대한 숲이었다.

숲의 이름은 이 지방의 이름을 딴 "콜리조림지".

우리나라기업이 해외에 만들어 놓은 첫 조림지이다.

콜리조림지의 전체 면적(목표치)은 2만ha로 여의도(90만평)의 66배쯤
된다.

콜리 주변에 널따랗게 자리잡고 있는 조림지에는 이미 600여만
그루의 한솔, 아니 한국의 나무들이 싱싱한 푸르름을 발하며 자라고
있다.

이 조림사업은 한솔포렘이 자본을 대고 서호주산림청이 기술과 인력을
제공하는 합작사업의 일종이다.

"콜리 조림지는 한솔이 국내업체중 가장 먼저 해외에서 조림사업을
시작한 곳입니다.

목재자원의 자급자족, 이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위한 그 첫번째
삽이 꽂힌 곳이 콜리조림지입니다"

콜리조림사업을 현장에서 챙기고 있는 이동호대리는 이국땅에 우리의
나무를 심고 가꾼다는 그 하나만으로도긍지에 차 있었다.

2년전에 부임, 낯선땅의 촌마을에 혼자 나와 있었지만 이 자부심
하나로 온몸에 저며드는 고독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이대리.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간의 자원확보전은 지금도 치열하지만
21세기에는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직접 우리가 해외에 나무를 심어 가꾼후 국내로 가져가는
것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한솔포렘은 지난 4년에 걸쳐 모두 4,700여 에 나무를 심었다.

사업 첫해인 93년 500ha를 시작으로 94년과 95년에 각각 1,000ha,
올해엔 2,250ha에 식수를 마쳤다.

수종은 유칼립투스라는 활엽수로 나중에 모두 한국의 한솔제지로
보내져 펄프용재로 사용된다.

한솔은 앞으로 6년간 매년 2,000~3,000ha에 나무를 더 심은후 오는
2003년부터 벌목에 들어간다.

한솔포렘의 해외조림사업이 잉태된 것은 6~7년전이었다.

전주제지가 아직 삼성그룹에 속해 있을 당시 전주제지는 해외조림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90년대초 전주제지를 모태로 한솔그룹이 탄생되면서
해외조림사업은 그룹의 신생업체인 한솔포렘으로 이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콜리조림지에는 한솔이 심고 가꾼 1년생부터 4년생까지의
유클립투스나무들로 이미 울창한 숲이 형성돼 있다.

하루에 1cm, 한해에 3m이상 자라 지난 93년 심은 나무들은 벌써 키가
10m가 넘는다.

줄기와 잎사귀마다에서 튕겨나오는 투명한 가을햇살은 해외로 뻗어나가는
한솔포렘의 개척정신을 엿보여주고 있다.

"이 사업에서 수익을 내느냐는 두번째 문제입니다.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목재를 우리손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대명제앞에서
기업본연의 영리추구는 저만치 밀려나 있습니다"

이대리는 이 먼 곳에 혼자 나와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없는 펄프용 목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위해서라고 힘주어 말한다.

콜리조림지에서 묘목을 심은지 10년이 되면 벌목에 들어간다.

1차 벌목을 마치면 그루터기에서 다시 싹이 돋아나기에 조림계약기간중에
한 나무에서 두번 벌목이 이뤄진다.

한솔이 서호주산림청과 맺은 조림계약기간은 20년이다.

이 기간동안 연간 50만입방m씩 펄프용 목재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양은 우리나라 연간 목재소비량의 5%이다.

펄프용 목재의 현 싯가는 입방m당 30달러선.

따라서 앞으로 7년후부터 연간 1,500만달러어치의 목재가
이 콜리조림지에서 나오게 된다.

한솔포렘은 그동안 이 조림사업에 600만달러를 투자했다.

앞으로 계획대로 조림사업을 실시할때 총비용은 어림잡아 6,000만달러쯤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콜리조림지는 한솔포렘의 해외조림사업의 시작이되 끝은 아니다.

콜리에서 발아된 해외조림사업의 지평선은 호주를 넘어 뉴질랜드로
뻗어 나가고 있다.

한솔은 올해 뉴질랜드에서 1만 를 목표로 조림사업에 들어갔다.

한솔의 개척정신이 용솟음치고 있는 콜리의 하늘은 쪽빛보다 더
푸르고 투명하다.

이 푸르른 하늘아래 녹색의 물결로 대지를 덮고 있는 나무와 나무들.

이 나무들이 다 "호주의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노"라고 대답할
수 있게 해주는 한솔포렘은 드넓은 호주대륙에서 "우리의 숲"을 가꾸고
있는 해외조림사업의 파이어니어이다.

<이정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