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상사 미원통상 해태상사등 중견상사들이 종합유통업체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수출부진이 장기화될 전망이어서 무역만으로는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보화.세계화및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등으로 더이상 해외정보를
"독점"할 수없게됐다는 점도 이들의 변신을 강요하고 있다.

종합유통업체로의 탈바꿈을 위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업체는 두산상사.

두산상사는 최근 미국 캐주얼 의류업체 제이크루(J.Crew)사와
라이선스계약을 맺고 의류유통사업에 진출키로 했다.

우선 내년부터 제이크루사의 제품을 수입.판매하고 98년에는 국내에서
기획.디자인.생산까지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00년까지 매장 60개를 확보해 이 부문에서만 8백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게 이 회사의 목표다.

두산은 또 일본 외식업체 요시노야사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최근 강남에 고기덥밥 1호점을 개점했다.

두산은 의류유통및 외식업 진출을 통해 현재 30%수준인 비무역부문의
매출을 2000년엔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사업구조 전략을 짜놓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외식및 식료와 같은 생활편의사업
의류내수 통신판매 물류유통등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유통회사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원그룹의 미원통상은 지난달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공화국에
판매법인을 설립, 직매장을 열고 해외유통사업에 진출키로 했다.

현대종합상사 (주)대우등 종합상사들이 해외현지에 직매장을 설립하거나
현지 유통업체를 인수한 적은 있어도 중견상사가 해외직매장을 열기는
미원이 처음이다.

미원은 카자흐스탄을 시발로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와 남미 등지에서도
도.소매유통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기존의 편의점사업인 "미니스톱"에 이어 올초 할인점
(대림마트)과 수입가전유통(지멘스플라자)사업에도 참여했다.

이밖에 해태상사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레스토랑과 부동산개발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코오롱상사도 수퍼점 "다마트"에 이어 장기적으로 대형할인점에
진출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중견상사들이 무역중심의 사업구조에서 유통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외형보다는 실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무역부문이 외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정도이지만 이익은 절반이상이
내수부문에서 발생한다"(코오롱상사 임영호이사)는 지적처럼 이들은
"수출역군"이라는 명분보다는 실리추구로 돌아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중견상사들은 무역의 그룹의존도가 10~14%로 종합상사의
60~80%보다 훨씬 낮다.

수출경기가 나빠도 종합상사들은 기본 물량을 확보할 수있지만 수입물
물량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따와야하는 중견상사들은 그렇지못하다.

채산성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수출입 물량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새로운 사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

"무역을 "땅짚고 헤엄치기"장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룹물량이 많은 종합상사들의 경우이며 그나마도 경기가
좋을 때의 얘기다.

지금과 같은 수출침체기에는 대체사업이 없으면 버틸 수없다"고
두산상사 관계자는 말했다.

제조업체들의 잇따른 해외진출과 세계화붐도 이들의 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

해외진출한 기업들이 굳이 국내상사를 통해 무역거래를 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다양한 해외정보를 밑천으로 장사를 해왔지만 정보네트워크시대가
열리면서 제조업체들이 오히려 상사보다 신속하고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코오롱상사 홍춘극과장)

해외정보에 관한 상사의 메리트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물론 종합유통업체로의 변신도 결코 용이한 일은 아니다.

유통업은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잇달이 참여하고 있어 무역 이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동부산업의 경우처럼 유통시장 진출을 위해 여성의류사업에 진출했다
2년여만에 철수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중견상사 관계자들은 국제화.세계화.정보화로 무역상사 고유의
영역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존립을 위해서라도 사업다각화는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다.

< 장진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