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 김태현 기자]

"부단한 신기술개발로 맛있고 위생적인 세계 최고의 장류 및 가공식품
생산전문업체로 발돋움하겠습니다"

장류업계에선 국내 처음으로 한국표준협회 (KSA)로부터 환경관리국제
품질인증서 (ISO)를 교부받을 (주)오복식품 채경석 사장(49)은 "신기술
개발과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이 기업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52년 부산 영도구에서 대동식품으로 출발해 44년동안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전문 생산업체로 외길을 걸어온 (주)오복식품은 오는 10일
업계에선 유일하게 원료구입과 품질관리에서부터 상품의 생산책임과 권한
문제상품의 추적 등 20가지 요건을 완비할 경우에만 승인이 나는
ISO인증서를 교부받을 예정이다.

채사장은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일본 등 장류선진국은 물론 국내
대기업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 위해서는 객관적 최고급 품질인증서인
ISO 승인서를 획득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이에따라 지난해말부터
오복의 경영상 취약점을 분석, 군살을 뺀뒤 ISO승인을 신청, 지난주에
최종심사를 통과한뒤 승인서 교부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업계에선 유일하게 5개 장류부문 모두에서 KS마크를 획득한
오복식품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서울 경기 충청권지역에
판매망을 본격적으로 구축,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또 70억원을 투입 경남 진례지역에 생산공장을 착공, 제품의 질향상과
대량생산 체제 확립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의 경우도 러시아 한곳만을 탈피,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이에따라 오복은 내년도 매출을 올매출목표 1백80억원보다 크게 늘여
3백억원으로 설정했다.

오복은 최근 양조간장제조를 위한 중간물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발암유발물질인 MCPD (모노 클로르 프로판 디올)를 혁신적으로 줄일수
있는 간장제조기술을 개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채사장은 "지난 2월말 우리 국민들이 매일 먹고있는 간장에 발암과
불임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MCPD가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보고
연구에 착수하게 됐다"면서 "3천만원을 투자, 4개월간의 연구를 거친
결과 MCPD제거공정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공법으로 제조된 간장을 일단 일본 미국등 식품검사기관에 의뢰한
결과, MCPD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며 "이같은 성과는 선진국인 일본
미국에서도 경이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사장은 부친 채동우 회장(80)의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2세 경영인이
흔히 풍기는 나약함이 전혀 없다.

그는 오복식품이 존망의 위기에 빠진 76년 사업에 뛰어들어 온갖 경영
위기를 극복하며 오복을 국내 장유업계 매출 2위로 자리 매김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채사장의 공격경영은 경쟁업체가 1백억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일본에서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87년에도 진가를 발휘했다.

자동화설비가 기존의 구식기계보다 3배정도의 생산능력이 높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도입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구입자금이 부족한데다
국산화할 수 있을것으로 생각됐다.

즉시 일본에서 설비제조기술만을 도입해 국내에서 생산하려고 했지만
"한국의 제조능력이 없다"는 냉정한 답변을 받았다.

채사장은 결국 신흥공업이라는 국내업체와 협력해 30억원으로 자동화
설비의 국산화에 성공 일본회사의 콧대를 꺽기도 했다.

"장류산업이 94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대기업이 대거
진출, 자금력 열세와 물량공세로 오복이 넘어갈 뻔 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오복의 장맛내는 독특한 노하우와 생산현장 직원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 소신있게 일할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대기업의 물량공세
등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채사장은 말했다.

채사장은 "장은 우리 민족이 발명한 세계적인 식품으로 시장의미래는
밝다"고 전망하면서 "장인정신이 깃든 스마트한 세계최고의 장전문업체가
돼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사원이 일을 통해 즐거워할 수 있는
회사분위기를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