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경련의 기조실 운영위원회에서 마련된 재계의 "경쟁력 10% 향상
대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를 "범재계차원"에서 추진키로 했다는 "형식"
에 보다 큰 의미가 있다.

사실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대책들은 누가 훈수를 두지 않아도 기업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자율적으로 추진하거나 지향할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이를 기조실 운영위원회에서 다루었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실천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생산적 노사관계를 위한 대책들은 단순한 대책의 수준을 넘어 선언적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노사교섭시 고용과 임금을 연계시키겠다거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확고히 시행하겠다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

재계가 이처럼 노사관계 문제에 있어 강도높은 대책을 들고 나온데에는
최근 노사개혁추진위에서 논의중인 노동법개혁안에 대한 불안감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노개위의 개혁안이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을 감안하기 보다는 단지
노사양측의 요구사항을 절충하는 "봉합형" 개혁에 그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대책중에서 또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한계사업정리와 사업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키로 한 부분이다.

이는 이미 LG그룹 등에서 발표한 내용이지만 기조실 운영위원회에서 이를
경쟁력 향상 대책의 하나로 포함시킴에 따라 앞으로 재계 전반에 확산될
전망이다.

재계의 이같은 다짐이 주목되는 것은 이 문제가 사실 "중이 제머리 깎지
못하는" 격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한계사업정리와 사업구조조정을 선언한데에는
최근의 경쟁력 약화가 기업들에게도 원인이 있다는 자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이날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경제가 어려운 실정에 당면한
것은 기업경영측면에서도 뚜렷한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는 말로 이를 표현했다.

따라서 앞으로 재계는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경영자원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계의 이같은 대책은 개별기업들의 실천의지와 함께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요구된다.

생산적 노사관계형성이라든지 임금안정대책 등은 근로자의 협조없이는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재계의 이번 대책은 단순히 기업차원만이 아닌 "사회적 합의"
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