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을 가끔 찾는 미술애호가라면 도예와 조각 중 어디에 속할까라는
의문을 갖게끔하는 작품을 만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분명 흙을 재료로 하여 불에 구워 만든 것같은데 그릇의 형태는 아니고,
그렇다고 다양한 조각작품의 재료실험적 작품으로 보기에는 어딘가 다른
느낌을 강하게 발산하는 그런 작품말이다.

명칭 또한 "도조"인 이러한 경향의 작품은 조각도 아니고 도예도 아닌
애매한 지점에서 두장르의 이중고를 안고 있으며 제도면에서는 "도예의
현대적 돌연변이"로 불리우며 미술계 안팍의 냉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점차 인식이 바뀌면서 도조작가의 전시가 대규모로 열리고, 그
개념과 의도가 순수미술과 응용미술로 이분화하는 시각에 대한 대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미술사에서 도자를 조각적으로 전용하는 현상은 20세기 중반부터의
일로 기록되어 있으며,도자조각은 실용적인 그릇 중심의 작업에서 일탈한
순수화 경향으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서향일반의 조각사 중심으로 보았을 때 나타나는 것이고
동양에서는 아주 오랜 역사적 뿌리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섬서성 서안 근교에서 발굴된 엄청난 규모의 진시왕능
병마용 (B.C.3C) 토용이나, 우리나라 신라시대의 토우 등이 다름 아닌
도자조각의 시원인 것이다.

현대의 도조운동은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종래의 그릇형태를
"기능공간"으로서가 아닌 "심미적 표현"의 공간으로 해석하여 종래의
미끈한 표면이나 대칭형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며 아울러 우연적인
효과를 도입함으로써 명실공히 새로운 도자조각의 서막을 열게 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도자조각은 70년대에 그 싹이 보이다가 80년대부터
본격적인 출범을 한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역시 우리의 경우도 현대도예의 근간에서 파생
되었는데, 아직도 전통도예와 도조는 상호의존적이라기 보다는 대립적인
양상이 강하다.

도조는 주로 테라코타가 많은데, 이는 테라코타가 주로 소조로서의
조각과 도자의 중립지대인 까닭이다.

물론 조각에서는 테라코타가 주로 형태중심인데 반하여, 도자에서의
테라코타는 흙 자체가 가지는 물성의 탐닉에 많이 치우치는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가마에서 구워내는 방식에서도 기존의 도예가 흙 자체의 하중
등으로 인해 대규모 작업이 불가능했던 것에 비해, 도조에서는 다양하고
규모가 큰 작품의 성향으로 인해 많은 실험이 전개되었고 그결과 2미터
이상의 대규모 작품도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약의 사용과 표면 마티에르의 변화, 흙종류의 다양성을
장점으로 일상적인 조각작품보다 훨씬 다채롭고 깊이 있는 메세지를
전달 가능하게 해준다.

이러한 도조분야에서 현재 국내 활동 작가를 보면, 조각적 공간성을
추구하는 경향은 신상호.한애규.도자적 물성이나 구조를 취하는 한길홍.
원경환, 이미지 오브제로서의 도조작가인 고성종.박제덕, 환경이나
회화성개념의 작품을 하는 우관호.곽태영, 혼합매체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하는 박경주.조계형 등이 있다.

이들의 작품가격은 그 크기와 재료, 기법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적으로 소품을 기준으로 할대, 200~300만원 정도이다.

그밖에 신진 작가군의 경우는 100만원 안팎에서 거래가 이루어 진다.

< 가나미술문화연구소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