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서울대학교"는 개교 5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 역사 50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우리나라가 변모 발전해
온 격동의 시기였으며, 우리나라의 근대적 학문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야만 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뜻깊은 개교 50주년 기념식에서 서울대학교의 발전을
자축하고 서울대학교의 역사에 대한 자긍만을 내세우기 보다는 세계속에서의
서울대학교의 위상과 그 목표를 다시 한번 냉철하게 반성하고 싶습니다.

한국 최고라는 자만과 안일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학문영역의 독자성을
내세워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히지는 않았는지, 자기 개발에 몰두한 나머지
공동체적 삶을 깨뜨리지는 않았는지, 우리가 남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랑과 존경도 받고 있는지 우리는 자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교 50주년을 맞은 금년을 재개교 원년으로 삼으려는 굳은 자세로
서울대학교는 새로운 문명 창조의 주도적 역할을 다하고자 우리의 의지를
다음과 같이 재천명합니다.

첫째, "서울대학교는 도덕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을
육성하고, 환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교육을 실현한다"
둘째, "서울대학교는 학문의 대학.세계의 대학으로서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한다"
셋째, "서울대학교는 민족의 대학으로서 우리 민족문화를 계승.발전시켜
세계 문화를 선도한다"

우리 모두 뜻을 모아 서울대학교가 "학문의 대학"."민족의 대학"."세계의
대학"으로 전진하는 대장정에 적극 참여합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