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경제정책과 음식문화..유한수 <포스코경영연 소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역 기업인중 경영혁신에 가장 큰 성과를 올린 사람을 꼽으라면 대개
제네랄 일렉트릭(GE)의 잭웰치 회장을 지목한다.
웰치회장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았다.
그중 스트레치 타겟(stretch target)은 유명하다.
스트레치 타겟이란 기업의 목표를 거의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높게 잡는
것이다.
직원들이 다음해의 매출 증가율을 20%정도로 잡은 보고서를 올리면 그
자리에서 "100%로 하지"라고 말한다.
또 어떤 제품의 생산공정을 8개월에서 6개월로 줄이겠다고 하면 "1개월로
줄이라"고 못박는다.
기업경영에 있어 개선의 여지는 무한하기 때문에 무리할 정도의 목표가
주어지면 직원들이 온갓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능력이
커진다는게 웰치회장의 주장이다.
최근 우리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디에도 이같은 스트레치 타켓은 보이지 않는다.
거꾸로 감량경영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10% 경쟁력 향상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그러나 웰치회장이 이 말을 듣는다면 "50%이상 향상 운동을 벌이자"고
수정할지도 모른다.
물론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국가경영은 실험을 해 볼 수 없다는 저이다.
또 하나 차이는 기업경영은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밀어붙이면 되지만
국가경영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경제정책에 관해 여론이 발휘하는 힘은 막강하다.
지난 10월9일 정부가 발표한 "경쟁력 10% 제고방안"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관주도행"경제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때마다
정책당국이 대책이라는걸 발표한다.
증시대책, 중소기업 대책 등이 그런 것이다.
정부가 어떤 원칙아래 정책을 일관되게 집행하기 보다는 돌출 현안에
대해 응급조치식 대응책을 내놓는게 관례처럼 굳어지고 있다.
이런 방식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무엇보다 여론이 정부를 그냥 두지
않는다.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는 무얼하느냐는 것이다.
마지못해 정부가 대책이란걸 내 놓으면 미흡하다는 비난이 또 무성하다.
여론은 그 나름대로 몇가지 기준을 가지고 정책을 평가하는 듯 하다.
첫째, 푸짐한 상을 차려주기를 원한다.
아무리 백과사전식 정책을 나열해도 뭐가 빠졌다는 비판이 반드시 나온다.
둘째는 정책이 화끈하기를 바란다.
부작용이 다소 우려되더라도 강력한 정책이어야 만족을 한다.
세째는 장단기 대책을 모두 포함시켜주기를 바란다.
당면과제에 대한 정책만 내놓으면 중장기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체질개선을 위한 장기대책을 내놓으면 알맹이가 없어 실망했다는 비판이
뒤따를 것이다.
넷째는 신속하게 정책을 내놓기를 원한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여론은 매일 성화를 해댈 것이다.
이런 기준은 때로는 상호모순되기도 하기 때문에 정책당국으로서는 정말
괴로울 것이다.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들끊는 여론을 보면 꼭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식문화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칼럼니스트는 그의 저서에서 서양사람들의 식사는 코스요리로서
접시가 하나씩 나오는 시간배열식인데 반해 한국요리는 큰 상에 한꺼번에
다 차려놓고 먹는 공간 배열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같은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경제상황을 보아가면서 순차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면 될 터인데 공간적으로
항상 그득히 차려내야 만족하는 모습이 정책평가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자신의 음식을 따로 먹는 서양식과는 달리 국이나 찌개를 여러사람이
같이 먹는 것도 비슷하다.
이익단체든 직농단체든 자신과 별로 관계가 없는 분야인데도 국에
숟가락을 넣듯이 꼭 평가를 하고 시비를 가린다.
이런 사람들의 비위를 다 맞추려다 보니 정책의 촛점이 흐려지고 때로는
상충되는 정책이 나오기도 한다.
예컨대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정책이 자칫하면 한계기업을 살려내는
대책이 되기 쉽다.
한계기업은 오히려 적절히 퇴출되어야 산업의 구조조정이 되는 것이며
경제정책상 중요한 것은 대다수 보통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이다.
여론은 규제완화를 요구하지만 규제완화로 인한 사고하나만 발생해도
비난 여론이 빗발쳐 재규제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우리사회도 예외적인 것은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하지 않을까.
훌륭한 정책이나 법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런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내도록 받쳐주고 참아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나이지리아의 헌법은 미국헌법을 거의 베낀 것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현실은 미국과는 전혀 다르다.
음식을 먹을때 한상 그득히 차릴 경우 보기는 좋아도 지꺼기가 많이
남는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개탄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왜 아직도 진수성찬을 바라는지 모르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7일자).
제네랄 일렉트릭(GE)의 잭웰치 회장을 지목한다.
웰치회장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았다.
그중 스트레치 타겟(stretch target)은 유명하다.
스트레치 타겟이란 기업의 목표를 거의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높게 잡는
것이다.
직원들이 다음해의 매출 증가율을 20%정도로 잡은 보고서를 올리면 그
자리에서 "100%로 하지"라고 말한다.
또 어떤 제품의 생산공정을 8개월에서 6개월로 줄이겠다고 하면 "1개월로
줄이라"고 못박는다.
기업경영에 있어 개선의 여지는 무한하기 때문에 무리할 정도의 목표가
주어지면 직원들이 온갓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능력이
커진다는게 웰치회장의 주장이다.
최근 우리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디에도 이같은 스트레치 타켓은 보이지 않는다.
거꾸로 감량경영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10% 경쟁력 향상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그러나 웰치회장이 이 말을 듣는다면 "50%이상 향상 운동을 벌이자"고
수정할지도 모른다.
물론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국가경영은 실험을 해 볼 수 없다는 저이다.
또 하나 차이는 기업경영은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밀어붙이면 되지만
국가경영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경제정책에 관해 여론이 발휘하는 힘은 막강하다.
지난 10월9일 정부가 발표한 "경쟁력 10% 제고방안"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관주도행"경제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때마다
정책당국이 대책이라는걸 발표한다.
증시대책, 중소기업 대책 등이 그런 것이다.
정부가 어떤 원칙아래 정책을 일관되게 집행하기 보다는 돌출 현안에
대해 응급조치식 대응책을 내놓는게 관례처럼 굳어지고 있다.
이런 방식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무엇보다 여론이 정부를 그냥 두지
않는다.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는 무얼하느냐는 것이다.
마지못해 정부가 대책이란걸 내 놓으면 미흡하다는 비난이 또 무성하다.
여론은 그 나름대로 몇가지 기준을 가지고 정책을 평가하는 듯 하다.
첫째, 푸짐한 상을 차려주기를 원한다.
아무리 백과사전식 정책을 나열해도 뭐가 빠졌다는 비판이 반드시 나온다.
둘째는 정책이 화끈하기를 바란다.
부작용이 다소 우려되더라도 강력한 정책이어야 만족을 한다.
세째는 장단기 대책을 모두 포함시켜주기를 바란다.
당면과제에 대한 정책만 내놓으면 중장기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체질개선을 위한 장기대책을 내놓으면 알맹이가 없어 실망했다는 비판이
뒤따를 것이다.
넷째는 신속하게 정책을 내놓기를 원한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여론은 매일 성화를 해댈 것이다.
이런 기준은 때로는 상호모순되기도 하기 때문에 정책당국으로서는 정말
괴로울 것이다.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들끊는 여론을 보면 꼭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식문화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칼럼니스트는 그의 저서에서 서양사람들의 식사는 코스요리로서
접시가 하나씩 나오는 시간배열식인데 반해 한국요리는 큰 상에 한꺼번에
다 차려놓고 먹는 공간 배열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같은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경제상황을 보아가면서 순차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면 될 터인데 공간적으로
항상 그득히 차려내야 만족하는 모습이 정책평가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자신의 음식을 따로 먹는 서양식과는 달리 국이나 찌개를 여러사람이
같이 먹는 것도 비슷하다.
이익단체든 직농단체든 자신과 별로 관계가 없는 분야인데도 국에
숟가락을 넣듯이 꼭 평가를 하고 시비를 가린다.
이런 사람들의 비위를 다 맞추려다 보니 정책의 촛점이 흐려지고 때로는
상충되는 정책이 나오기도 한다.
예컨대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정책이 자칫하면 한계기업을 살려내는
대책이 되기 쉽다.
한계기업은 오히려 적절히 퇴출되어야 산업의 구조조정이 되는 것이며
경제정책상 중요한 것은 대다수 보통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이다.
여론은 규제완화를 요구하지만 규제완화로 인한 사고하나만 발생해도
비난 여론이 빗발쳐 재규제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우리사회도 예외적인 것은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하지 않을까.
훌륭한 정책이나 법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런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내도록 받쳐주고 참아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나이지리아의 헌법은 미국헌법을 거의 베낀 것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현실은 미국과는 전혀 다르다.
음식을 먹을때 한상 그득히 차릴 경우 보기는 좋아도 지꺼기가 많이
남는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개탄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왜 아직도 진수성찬을 바라는지 모르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