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미토모상사의 대형 구리부정사건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구리를
취급하는 국제선물업계의 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부 거래상들이 국제구리시장을 이탈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업체들은 물밑
합병협상을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동시장에는 소수 대형거래상만 남을 것이란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이탈의 대표적 사례는 공격적인 선물거래로 유명한 JP모건&컴퍼니사.

이회사는 최근 런던 비철금속거래사업에서 손을 뗐다.

런던에서 금속거래사업을 벌여온 국제선물회사 크레딧리요네라우스,
루돌프월프&컴퍼니, 더치샤프프릭스리 등에도 비슷한 내용의 인사이동 및
업무변화가 발생했다.

루돌프월프&컴퍼니사의 경우 스미토모의 구리부정거래사건에 몇몇 직원이
연루됐음이 확인되자 도쿄지사마저 폐쇄했다.

이와 함께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구좌를 트고 있는 일부 중소
거래상들은 투자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합병협상을 진행중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스미토모상사의 부정거래파문이 4개월째
접어들면서 그 여파가 거래상들의 피부에 본격 스며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세계 최대의 비철금속거래시장인 런던 금속거래소(LME)에서 열린
금속주간행사에 모인 각국 거래상들은 지난 4개월 줄잡아 동안 2백만-
5백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토로했다.

스미토모상사의 하마나카전구리거래책임자는 지난 6월 부정거래가 폭로되기
전까지 동을 대량 매입해 숨겨놓고 있었다.

가격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에서였다.

이때 다른 중개상들도 덩달아 매수세에 합류, 보유물량을 늘여 왔었다.

중개상들은 그러나 부정거래 폭로후 25%나 폭락한 가격약세가 장기화되자
보유물량을 헐값에 내놓아야 했다.

당연히 현물 및 선물거래에서 큰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직접거래손실외에 거래상들은 t당 2천6백달러선이던 지난 봄,
생산업자로부터 하반기 이후에 실물을 인도받기로 하는 옵션거래를 체결
한데서 더 큰 손해를 입고 있다.

옵션가격은 당시 시세보다 20%정도 낮게 체결됐지만 t당 1천9백달러선에
머무르는 최근 가격보다는 15%나 높기 때문이다.

생산업자들은 보험성격을 지닌 옵션거래 덕분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덜
봤으나 사건이후 옵션거래계약시 프리미엄이 껑충 뛰어 거래를 기피하고
실정이다.

이 때문에 최근 LME시장에서 동관련 옵션거래는 거의 끊어져 버렸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거래상들이 시장을 이탈하는 또 다른 이유는 LME시장의 규제당국이 거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

증권투자위원회(SIB)는 투명한 거래질서확립을 위해 대형거래에 대해
일일이 자료제출과 증언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SIB는 부정거래토양을 제거하기 위해 연말까지 규제강화 입법안
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상 최대 동거래 스캔들인 스미토모사건은 회사측에 당사자에 26억달러의
손실을 입힌 뒤 시간이 지날수록 국제선물거래업계에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