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외출.

가까운 동남아 국가로 여행간다는 것은 이미 어려운 일도 아니고 어쩌면
한물 간 관광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시골에서 농사에만 매달리며 4년간 매달 3만원씩 모아 마련된
이번 여행은 화려한 외출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새농민 친목회가 이뤄진 것은 92년 12월.

농협중앙회는 매달 전국 농민중 가장 뛰어난 농민 10명씩 선정,
"이달의 새농민"으로 시상하고 전문농업별 10명을 부부동반, 일본농촌
연수를 하고 있다.

우리 연수팀은 우수농산물 (유기농산물) 과정으로 각도 1명씩 그리고
인솔자 (필자포함) 2명 등 모두 22명이었다.

이들중에 키위.약초.수박.포도 등 "박사"가 즐비하다.

옹진의 김병행씨는 학자들도 불가능하다고 하는 키위재배 북쪽한계를
북위 38도로 끌어올렸다.

양산의 이의상씨는 옥죽을 약품.차등으로 개발, 전국 판매와 함께
해외수출도 하고 있다.

구미의 박태수씨는 수박순지르기와 줄기유도에 독보적 기술을 개발,
당도를 높이고 크기를 늘린 전문가.

논산의 성효용씨는 국내에서 가장 일찍 4월에 포도를 출하한 기록을
갖고 특히 씨없는 포도 연구에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회원들은 시간나는대로 영농기술 강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본 연수중 결성된 "새친회"원들은 매달 3만원씩 적립하고
영농정보교환을 하기로 했다.

여름.겨울 다소 일손이 모자라지않는 때를 택해 1년에 두번씩 회원집을
순회하며 하루밤을 자며 우의를 다져왔다.

경사가 있으면 전국에서 모여 기뻐했고 애사가 생기면 서로 슬픔을
나눴다.

4년간 모든 기금과 여비일부를 합치니 모두 1,900여만원이 되었다.

두꺼워진 동료애 만큼 기금도 늘어난 것이다.

우리회 스스로 마련한 4일간의 대만여행은 일반적인 관광일정에서
단순한 관광은 빼고 농산물도매시장.합작사현지방문.화훼반짝시장 등을
집어넣어 이웃나라 농민.농촌.농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필자는 농사를 짓지않는 농협직원이지만 회원이 되고보니 이젠
"반 새농민"이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