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에서 최근 잇단 초대형 유조선 (VLCC) 발주 움직임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의 극심한 수주부진 현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발주된 VLCC는 8척이
고작이었으나 현재 발주계획이 발표되거나 선주들이 발주 움직임을 보여
연말까지 추가로 발주 계약이 이뤄질 VLCC는 12척에 이르고 있다.

올해 발주 전망치인 20척은 지난해 한해동안 발주된 6척의 2.3배다.

10만t 가량의 원유를 한꺼번에 수송할 수 있는 VLCC는 척당 선가가
대형 컨테이너선의 2배인 8천5백만달러 (한화 7백억원 가량)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이다.

이에따라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각 프로젝트마다 수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랍 에미리트의 KOTC사가 발주한 3척에 대해서는 현대중공업이
수주권을 내정받아 계약만을 남겨놓고 있으며 연말에 입찰이 예상되는
미국 마제스틱사 (4척), 영국 BP사 (3척)의 발주분을 놓고 현대, 대우,
삼성 및 일본 MHI사, IHI사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오는 11월말께 입찰이 실시될 미국 셰브론사의 2척에 대해서는
삼성중공업과 일본 MHI사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VLCC의 발주 물량이 늘고 있는 것은 올 상반기 유조선 운임의 급상승에
따라 선박 신조를 늦추고 기존 노후 유조선으로 영업을 계속 해온
선주들이 최근 운임이 안정세에 접어들자 노후선을 해체하고 신조선
보유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연말 수주전과 관련, 일본 조선업체가 상반기 수주호황에 따라
추가로 수주하기에는 조선소 독이 부족한데다 유럽 경쟁 조선소인
브레머발칸사 (독일), 그단스크사 (폴란드)의 잇단 도산으로 인해
경쟁업체가 줄어든 점을 들어 국내 업체의 수주를 낙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수주전에서 국내 업체들이 성공할 경우 작년대비
수주량이 80%선까지 오를 것"이라며 "내년에도 VLCC가 30척 가량 발주될
것으로 보여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조선수주 부진현상이 내년중엔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4백60만t)의 65.5%인 3백1만4천t에 그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