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가 프랑스 국영기업인 톰슨 멀티미디어사를 인수, 세계최대의
컬러TV 공급업체로 올라섰다.

불황속에서도 넘치는 활력을 보여온 대우그룹이 그들의 이념인
"세계경영"을 또 한차례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이제 컬러TV시장은 한국업체들이 글자그대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140억프랑에 달하는 부채에 허덕여온 만성적 적자경영을 빠른 시일내에
흑자로 반전시켜야할 대우그룹의 "숙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이번 인수로 한국기업의 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점은 거듭 경하할만
하다.

톰슨 멀티미디어사인수로 대우의 컬러TV 공급능력은 연간 1,600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2위인 소니의 1,200만대를 압도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인수로 대우는 미국시장 점유율 1위인 RCA, 유럽시장 2위인
톰슨 등 10여개의 지명도 높은 브랜드를 확보했다.

컬러TV는 물론 전체 영상기기시장에서 메이저위치가 확고해졌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미 제니스사를 인수, 세계3대 공급능력을 갖고있는 LG와 함께
컬러TV시장의 한국업체시대를 열게될 것이란 점에서도 특히 기대를 모은다.

작년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국내기업의 해외투자를 국내 제조업
공동화란 시각에서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집계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국내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0.67%로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들과
비교하더라도 낮은 수준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투자는 경쟁력강화와
수출시장확보를 위해 긴요하다.

특히 컬러TV와 같은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간 가전제품은 해외생산거점을
확보, 주요부품 수출을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는게 KDI의
분석이다.

바로 그런 시각에서 보더라도 대우의 이번 인수는 매우 잘된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프랑스정부는 이번 톰슨사 민영화에서 고용유지를 최우선적인 조건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아직 구체적인 인수조건은 더 절충해야 확정될 것이나 대우측은
140억프랑의 부채중 상당부분, 110억프랑안팎을 프랑스정부에서 떠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머지 빚을 안고 인수가격 1프랑에 고용유지조건이기 때문에
국내기준으로 따진다면 "특혜"라고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이번 대우의 톰슨사인수와 관련, 자국내 최대의 가전회사를
외국기업에, 부채를 안는 조건이라고는 하지만 1프랑에 매각한
프랑스정부의 현실감각도 눈여겨 볼 대목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국내 공기업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그 기업의 잠재적 가치나 실제적인 평가에 대한 정확한 자료도 없는
비논리적인 특혜시비, 그것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한 공기업 민영화는
항상 불발탄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대우는 앞으로도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지역 투자를 늘려나가겠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

세계화의 성패가 유럽에서 결정된다는 인식이다.

옳은 시각이라고 본다.

톰슨사 인수이후의 대우 "세계경영"에 더욱 큰 기대를 갖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