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알렉산더 레베드 국가안보위원회 서기를
해임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하는등 러시아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옐친대통령은 이날 국영TV를 통해 레베드서기의 행동이 국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그의 해임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옐친 대통령의 이같은 인사조치는 아나톨리 쿨리코프내무장관이 레베드가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

쿨리코프내무장관은 지난16일 레베드가 자신의 지위통제하에 5만여 병력
으로 구성되는 특수부대를 창설키로 한 것과 관련해 쿠데타음모라고 비난
했다.

이에대해 레베드측은 무고라고 주장하며 옐친대통령에게 쿨리코프장관의
해임을 건의하는등 반격을 가했다.

이처럼 크렘린의 정정이 심상찮은 가운데 심장병 악화로 모스크바교외
모처에서 수술일정을 잡고있는 옐친대통령이 직접 국영TV에 나와 레베드의
경질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러시아전문가들은 건강이 아주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옐친대통령
이후의 대권에 도전하는 "1번 주자"로 레베드를 점찍어 왔다.

그러나 레베드가 이번 사태로 대권주자대열에서 밀려남으로써 옐친이후를
기다리는 러시아 대권주자로 레베드와 그동안 경쟁해온 아나톨리 추바이스
대통령비서실장과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이번에 레베드 해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쿨리코프내무장관도 대권
주자로 주목을 받게 됐다.

옐친대통령이 심장병 수술을 받아야할 정도로 건강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지난달이래 크렘린에서 권력암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 서방분석가들의 관측이었다.

레베드에 대한 옐친의 전격적인 해임조치는 서방의 관측대로 크렘린에서
권력암투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 김홍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