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경=김영근특파원 ]요즘 중국에선 일자리를 찾는 대학졸업생과
인재를 찾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력시장"이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최근 북경 국제무역전람중심에서 열린 96북경인력시장에는 2천여개의
기업과 연인원 10만여명의 구직자들이 모여들었다.

인력시장에 나온 사람들은 지난 7월 대학문을 나선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다.

개중에는 국가에서 정해준 직장을 사직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의 인력시장은 한국의 공개채용박람회만큼 다양하지 않다.아주 간
단하다.

구직자가 낸 이력서를 구인자가 즉석에서 검토,제시한 조건과 맞으면
면접을 실시해 채용을 확정짓는게 고작이다.

중국 대학졸업생들이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취업조건은 북경이나
상해등 대도시에 근무할수 있는지의 여부와 함께 봉급수준 주택조건 등
이다.

여가를 즐길수 있는 근무 조건인가도 따진다.

이 점에선 한국의 신세대 대졸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많은 봉급과 좋은 근무조건 등을 두루 갖춘 직장은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북경대나 청화대 졸업에 대학원 학력이 요구되기 일쑤다.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북경대 졸업생들마저 "대학들어가기보다
취업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할 정도이다.

지난 7월 중앙민족대학 국제경제계(학과)를 졸업한 왕모씨(25)는
"이력서 10장을 갖고 인력시장에 나왔다"며 "방송사와 국제무역회사등에
이력서를 내밀었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회사 입사를 희망하고 있으나 컴퓨터를 다룰줄 몰라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며 "6개월정도 컴퓨터 학원에 다닌후 다시 도전할 생각"이
라고 밝혔다.

구직자 못지 않게 구인자들도 좋은 인재선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기업의 총재(회장)와 총경리(사장)까지 현장에 나와 유능한
인재선발을 독려하고 있다.

제예(제예)북경영상기술공사총경리는 "가만히 앉아 인재가 오기를
기다리던 시대는 지났다.

좋은 직원을 갖는 것은 곧 회사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인재선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전8시 인력시장이 열릴때부터 오후 늦게까지 연인원 2백여명을
면접했다고 전하고 성실하면서 일에 적극적인 인재 10여명을 뽑아 "기
업의 동반자"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규모 인력시장이 중국에 출현한 것은 올해부터 인재채용방식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중국당국은 대학이나 전문대 졸업생에게 직장을 지
정해 주었으나 최근엔 개인에게 직업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력시장에 모여든 젊은이들을 혼돈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취업제도변화는 중국 젊은이들에게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주고 있다.

국가에서 지정해준 자리에 가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던 대졸자들
에겐 경쟁을 통한 취업이 부담스럽기 그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교육속에서도 진취적인 사고와 일정 수준의 어학및
컴퓨터 실력을 갖춘 젊은이들에겐 능력에 따라 원하는 직장에서 좋은 대
우를 받고 일할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