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교역조건과 체감성장 .. 오동휘 <쌍용경제연구원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기는 통상 상승과 하강의 순환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현재 우리경제는 하강국면에 있는데 72년 이후 벌써 여섯번째 겪는
일이다.
경기하강국면이나 성장률도 95년의 9.0%에서 96년 상반기중에는
7.3%로 둔화되었다.
경기하강국면임을 감안할 때 상반기의 성장률은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바로 전 하강국면보다 둔화 속도는 완만하다.
94년과 95년의 대규모 투자때문이기도 하겠지만 7,8월의 산업생산도
계속 8%대의 증가를 보였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재고의 증가로 인해 자금부담이 크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경가하강국면에 재고가 증가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70년대는 말할것도 없고 88년 경기하강국면에서도 재고증가율은 25.2%로
오히려 이번보다 더 높았다.
이렇게 볼 때 지표상으로는 과거에 비해 특별히 나쁜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왜 기업들은 올해의 상황을 심각하게 느끼는가.
정부의 부양대책을 유도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이번 경기하강국면만의
특별한 사정이 있기 때문인가.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이번 경기하강국면에는 수출단가의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면 교역조건의 악화가 어떠한 영향을 주길래 기업들이 그러는가.
이미 바그와티(J Bhagwati)는 궁핍화성장을 통해 생산의 증가로 인한
교역조건의 악화로 국민후생이 성장전보다 오히려 나빠질 수 있음을 간파한
바 있다.
이는 지표상의 성장과 경제주체가 느끼는 성장(체감성장)과는 괴리가
있을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역조건의 변화로 인해 지표상 경기와 체감경기사이에 괴리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보자.
96년 상반기중 수출단가는 전년동기대비 7.1%하락, 수출물량이 20.7%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액은 통관기준으로 11.8% 증가에 그쳤다.
하반기에도 수출물량은 9.5%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나 수출단가는
12.7%하락, 수출액은 오히려 4.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반기만 보면 수출물량이 증가하므로 지표상으로는 성장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단가하락으로 오히려 수입이 줄어 채산성이 악화될
뿐이다.
또한 교역조건의 악화란 동일한 양의 수입을 위해 전보다 더 많이
수출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므로 교역조건 악화로 증가된 수출량
만큼이 대가없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96년중 교역조건은 작년에 비해 9.0%정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국내총생산(GDP)중 2.4%정도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고증가로 인해 기업의 자금수요가 증가하고, 교역조건의 악화로
추가생산에 따른 생산비가 증대되며, 단가하락으로 수입은 감소, 과거의
경기하강국면보다 기업으로서는 자금수요에 대해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교역조건에 따른 생산의 유출입을 고려, 체감GDP를 구한 후 전년의
실제 GDP 대비 증가율을 구하면 (체감성장률이라 하자) 지난 경기의
정점은 95년이 아니라 94년으로 나타난다.
94년의 경우 교역조건이 개선되어 지표상 성장률은 8.6%였음에 비해
체감성장률은 9.4%로 0.8% 포인트 높다.
95년에는 실제 성장률이 9.0%로 전년보다 높았지만 교역조건의 악화에
따른 생산의 해외유출로 체감성장률은 오히려 1.2% 포인트 낮은 8.2%에
머물렀다.
94년 증시가 95년보다 좋았음을 보면 체감성장률은 실제 성장률보다
증시상황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96년은 주력 수출품목의 단가하락으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어
체감성장률은 지표상의 성장률 6.8%보다 2.6% 포인트 낮은 4.2%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제2차 석유파동에 따른 8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내년의 경기를 살펴보자.
국내 대부분의 연구소가 97년 상반기중 경기저점이 도래하나 경기회복의
불투명으로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체감성장률로 보면 경기저점은 내년 1.4분기께로 예상되며
내년의 체감성장률은 오히려 올해보다 높아져 5.6%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의 경영환경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우리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기때문에 해외경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올해처럼 생산성의 향상보다 주로 수급상황의 변화에 의해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생산비의 증가를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하지
못하므로 국내생산의 해외유출은 물론 기업의 자금수요증가요인으로 작용,
국내 경제에 더욱 큰 어려움을 준다.
고비용구조에 따른 생산비의 증가와 이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약화를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주력 수출품의 주요경쟁국이 선진국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가격경쟁력은 지속되기 어렵다.
오히려 교역조건만을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으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함은 물론 품질의 향상이나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정부도 산업구조가 시장의 원리에 의해 고부가 가치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해야 한다.
이는 위기에 놓여 있다는 우리경제의 경쟁력 회복에 중요한 열쇠가
됨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
현재 우리경제는 하강국면에 있는데 72년 이후 벌써 여섯번째 겪는
일이다.
경기하강국면이나 성장률도 95년의 9.0%에서 96년 상반기중에는
7.3%로 둔화되었다.
경기하강국면임을 감안할 때 상반기의 성장률은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바로 전 하강국면보다 둔화 속도는 완만하다.
94년과 95년의 대규모 투자때문이기도 하겠지만 7,8월의 산업생산도
계속 8%대의 증가를 보였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재고의 증가로 인해 자금부담이 크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경가하강국면에 재고가 증가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70년대는 말할것도 없고 88년 경기하강국면에서도 재고증가율은 25.2%로
오히려 이번보다 더 높았다.
이렇게 볼 때 지표상으로는 과거에 비해 특별히 나쁜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왜 기업들은 올해의 상황을 심각하게 느끼는가.
정부의 부양대책을 유도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이번 경기하강국면만의
특별한 사정이 있기 때문인가.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이번 경기하강국면에는 수출단가의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면 교역조건의 악화가 어떠한 영향을 주길래 기업들이 그러는가.
이미 바그와티(J Bhagwati)는 궁핍화성장을 통해 생산의 증가로 인한
교역조건의 악화로 국민후생이 성장전보다 오히려 나빠질 수 있음을 간파한
바 있다.
이는 지표상의 성장과 경제주체가 느끼는 성장(체감성장)과는 괴리가
있을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역조건의 변화로 인해 지표상 경기와 체감경기사이에 괴리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보자.
96년 상반기중 수출단가는 전년동기대비 7.1%하락, 수출물량이 20.7%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액은 통관기준으로 11.8% 증가에 그쳤다.
하반기에도 수출물량은 9.5%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나 수출단가는
12.7%하락, 수출액은 오히려 4.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반기만 보면 수출물량이 증가하므로 지표상으로는 성장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단가하락으로 오히려 수입이 줄어 채산성이 악화될
뿐이다.
또한 교역조건의 악화란 동일한 양의 수입을 위해 전보다 더 많이
수출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므로 교역조건 악화로 증가된 수출량
만큼이 대가없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96년중 교역조건은 작년에 비해 9.0%정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국내총생산(GDP)중 2.4%정도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고증가로 인해 기업의 자금수요가 증가하고, 교역조건의 악화로
추가생산에 따른 생산비가 증대되며, 단가하락으로 수입은 감소, 과거의
경기하강국면보다 기업으로서는 자금수요에 대해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교역조건에 따른 생산의 유출입을 고려, 체감GDP를 구한 후 전년의
실제 GDP 대비 증가율을 구하면 (체감성장률이라 하자) 지난 경기의
정점은 95년이 아니라 94년으로 나타난다.
94년의 경우 교역조건이 개선되어 지표상 성장률은 8.6%였음에 비해
체감성장률은 9.4%로 0.8% 포인트 높다.
95년에는 실제 성장률이 9.0%로 전년보다 높았지만 교역조건의 악화에
따른 생산의 해외유출로 체감성장률은 오히려 1.2% 포인트 낮은 8.2%에
머물렀다.
94년 증시가 95년보다 좋았음을 보면 체감성장률은 실제 성장률보다
증시상황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96년은 주력 수출품목의 단가하락으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어
체감성장률은 지표상의 성장률 6.8%보다 2.6% 포인트 낮은 4.2%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제2차 석유파동에 따른 8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내년의 경기를 살펴보자.
국내 대부분의 연구소가 97년 상반기중 경기저점이 도래하나 경기회복의
불투명으로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체감성장률로 보면 경기저점은 내년 1.4분기께로 예상되며
내년의 체감성장률은 오히려 올해보다 높아져 5.6%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의 경영환경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우리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기때문에 해외경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올해처럼 생산성의 향상보다 주로 수급상황의 변화에 의해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생산비의 증가를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하지
못하므로 국내생산의 해외유출은 물론 기업의 자금수요증가요인으로 작용,
국내 경제에 더욱 큰 어려움을 준다.
고비용구조에 따른 생산비의 증가와 이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약화를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주력 수출품의 주요경쟁국이 선진국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가격경쟁력은 지속되기 어렵다.
오히려 교역조건만을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으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함은 물론 품질의 향상이나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정부도 산업구조가 시장의 원리에 의해 고부가 가치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해야 한다.
이는 위기에 놓여 있다는 우리경제의 경쟁력 회복에 중요한 열쇠가
됨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