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첫 정기국회인 181회 정기국회 국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정책국감"이 정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해 폭로성 한건주의나 일과성 인기발언이 눈에 띄게 줄어든 대신
질문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여야의원들이 나름대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등 공부하는 의정활동
자세를 보여 줬다.

여기에는 여야를 떠나 현장을 뛰거나 자료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국감에 임한 초선의원들의 활약이 자극제가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15대 국회에 초선의원들이 대거 등원하면서 새로운 국회상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이들이 제시한 대안중 상당수는 아이디어나 관심끌기 차원에 머물러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에는 미흡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번 국감이 야당의 "독무대"였던 과거와는 달리 여야간 "경연장"의 모습을
띠었던 점도 큰 변화다.

이는 무장간첩침투사건으로 인한 "안보정국"하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줄어든
여파도 간과할 수 없지만 그보다는 여당의원들의 국감자세가 "무조건 옹호"
에서 "비판할 것은 비판한다"는 방향으로 달라진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심지어 농림 해양수산위와 건설교통위에서는 여야의원들이 공동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는등 "팀플레이"를 전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야권내에서도 야.야의원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재경위에서는 국민회의
의원 4명이 한팀이 되어 효율적인 질문공세를 펼친 것도 눈여겨볼만한 변화
였다.

이같은 현상은 여야간 정쟁의 무대로 비쳐졌던 국감이 이제 행정부견제의
장이라는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변화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국감 역시 질의내용보다는 포장에 치중하거나 과거에 거론됐던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구태도 일부 재연돼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논리가 아닌 호통으로 수감기관의 승복을 강요하거나 답변을 아예 듣지
않는 의원들도 있었고 심지어 국감업무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동료의원의
비리의혹을 추궁하는 사례도 있어 눈총을 받았다.

통산위등에서는 일부 의원들의 잦은 이석과 불참에다 함량미달의 질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수감기관의 답변태도가 별로 개선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남았다.

"검토하겠다"는 상투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거나 무소신으로 답변시간만
흘려보내는 기관장들이 적지않아 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거나 정회
소동을 빚는등 진통을 겪었다.

재경위의 소비자보호원 감사에서 허신행원장은 주류의 감미료로 쓰이는
스테비오사이드의 유해성여부에 대한 연구미흡으로 황병태위원장으로부터
공개경고를 받았고 차동세 KDI원장도 불성실한 답변으로 의원들로부터
"폭언"에 가까운 질책을 받았다.

한승수부총리겸 재경원장관역시 공기업 민영화방안에 대해 어물쩍 넘어
가려다 야당의원들이 "위증"이라며 경고할 것을 요구, 정회소동을 겪기도
했다.

한편 이번 국감 역시 무리한 국감일정, "일괄질의 일괄답변" 형식의 감사
진행, 지나친 자료요청등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재연돼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때문에 일부 수감기관들 사이에서는 "국감이란 1년에 한번 겪는 "통과
의례""라는 불평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관련, 국회제도개선특위에서는 수감기관에 대한 감사를 1년.격년.
임기중 한번등으로 다양화하고 감사의 효율화를 위해 위원회를 여러조로
나누는 등의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