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나 장기에서 한 수 물리기가 쉽지 않다.

프로 바둑에서는 아예 생각할수도 없고 동네 바둑의 경우 혹간 큰
싸움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전략적 의사결정인 기업 인수에서는 순간의 선택이 기업의 운명을
뒤바꾸어 놓을수 있다.

매도자의 경우보다도 매수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매수자의 기업 인수위험을 줄이는 방편중 하나로 손해 배상조항을
꼽을수 있다.

이는 매도자측의 허위 보장및 약정위반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해 매수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매수자는 우선 계약서에 회사 및 주식에 관한 사항, 재무제표,
채무 및 조세, 노사관계 및 기타 제반 계약관계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내용을 포함한 광범위한 보장장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약정내용과 관련하여서도 인수협의이후에도 통상의 방법으로 영업을
계속하는 문제, 상당한 정보의 제공과 겸업금지등에 이르기까지 매수자의
동의없이 소정의 행위를 하지않겠다는 소위 부작위 약정이나 매도자에
의무를 지우는 작위 약정까지 포괄적으로 규정하여야할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엄격한 손해배상조항을 규정하면 거래자체가 어려울것이고
매도자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으로 일관될수 있어 손해액이 일정액을
초과하면 책임지는 바스켓 (basket) 방식이나 손해배상적용 기간을
제한하는 커트오프 (cut-off) 조항을 설정할수 있다.

실례로서 신용금고의 인수에서 부실채권조건과 관련하여 바스켓
방식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최근 모 금융기관이 인수한 한 신용금고의 경우 이러한 손해배상에
대한 각종 보장 장치가 취약하여 법적 소송중에 있으나 매수자가 상당한
손해를 부담하여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수불퇴, 이것은 기업인수의 세계에도 적용되는 경기 규칙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