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특성평가센터 표면분석연구그룹 문대원박사(44)는
"3.3.3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어떤 연구과제를 수행하든 적어도 3번 넘게 생각하고 3사람 이상에게 자문
을 구한뒤 3번은 실험해 결론을 맺는 자세를 이제껏 유지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조차 어설픈 것을 용납치 않는 꼼꼼한 성격탓이다.

원자수준의 미소세계특성을 캐내는 일을 수행하고 있는 그로서는 하늘이
내린 선물로 무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같은 자세를 근간으로 지난해 "중에너지 이온산란장비"를 만들어
냈다.

미국 네덜란드 일본에 이어 4번째다.

처음부터 같이한 동료연구진과 함께 흘린 7년여간의 땀이 배어 있는 작품
이다.

이 장비는 물질의 구조를 "보다 깊이, 보다 자세히, 보다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종의 "인공눈"이다.

100~200킬로전자볼트(KeV)로 가속시킨 이온빔을 물질표면에 충돌시킨 후
튀어 나오는 원자의 산란에너지를 통해 그 물질에 어떤 원소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정교히 분석해 내는 장비이다.

현재 보편화되어 있는 투과전자현미경(TEM)과는 달리 고도의 시편처리기술
이 필요치 않으며 낮은 에너지의 가속이온을 이용한 기존의 SIMS방법에
비해 한층 세밀한 조성특성을 분석할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이 장비를 이용해 각종 소재의 표준화작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하드코팅재료나 와이드밴드계 반도체소재로 쓰이는 다이아몬드구조의
입방체질화붕소(CBN)박막을 이온빔보조증착방법으로 만들어 내는등 탄력을
더해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연구과제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그가 떠맡고 있는 일은 특히 중요하다.

미래첨단상품의 경쟁력은 소재의 우수성에 달려 있으며 이는 원자단위의
조성특성분석과 이를 이용한 표준화작업이 그 토대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제 소재의 조성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에 관한한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의 수준에 올라 있다"는 그의 자신감은 그래서 21세기 과학기술
선진국 진입을 노리고 있는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는 그러나 어느 때는 기초연구에 힘을 싣다가 돌연 응용연구를 강조하고
또다시 뒤바뀌기 일쑤인 국가과학기술정책의 일관성부재와 과감한 투자의지
부족에 아쉬움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연구원들은 과제수행능력이나 방향에 뚜렷한 줄기를
세우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놓을 단계에 올라 있다고 믿고 있는 그는
"마무리 단계에 연구비가 모자라 걱정해야 하는 일 만큼은 없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