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땅 부국이다.

95년도 우리나라 땅값 총액이 몰두 1,600조원이었으므로 국민 1인당
평균 3,500만원 상당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땅 부자들이다.

국토의 가치가 워낙 높아서 1인당 평균 땅소유분은 세계에서 제일 높다.

"거품"탓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모두 부자가 된듯한 착각에 빠져 있다.

당연히 소비성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과소비가 만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땅값이 비싼 만큼 과연 땅의 경쟁력이 있는가?

고전경제학에서 말하는 생산요소는 자본과 노동과 땅이다.

우리는 이 세요소가 모두 비싸다.

자본의 이자율이 엄청 높고, 임금 역시 생산성에 비해 높다.

여기에 땅값마저 비싸다.

요즘같은 글로발 경제시대에 기업유치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기업들도 임금싸고 땅값 싼 해외입지를 찾아 공장을 옮기고
있고, 외국에서 들어오려던 국제기업들은 주춤거리고 있다.

이래서 산업공동화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웬만한 공장용지는 평당 50만원을 넘는다.

부산의 녹산공단은 매립된 땅이라 기업이 땅을 매입한 후에도 기계를
설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비용이 추가되어 평당 100만원가량
들었다고 한다.

이는 경쟁관계에 있는 동남아 여러나라에 비해 서너배 비싼 가격이다.

영국에 진출하는 우리 전자업체들은 거의 무상에 가까운 땅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국경없는 세계화시대라지만 땅만큼은 국경을 넘을 수 없다.

공장입지로서의 땅의 경쟁력은 땅값 그 자체와 땅에 부속된
사회간접시설에 의해 결정된다.

즉 땅값과 수송비용이다.

땅값이 비싼 만큼 수송비용이 적게 든다면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사회간접자본 수준은 아직 미흡하여 수송비용마저
점점 고물유가화 해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우리 기업여건이 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공업단지의 경우 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다시말해 땅값을
올리는 것은, 개발주체는 수익사업으로 추진하려하고 정부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려 하는 발상때문이다.

단지를 만들려면 도로를 내고 공공녹지를 확보하여야 한다.

자연히 30%정도가 감보되고, 이 시설들은 무상으로 국가에 귀속된다.

또 계획단지는 사전에 필요한 시설을 해야 한다.

상수도 전력공급 폐수처리장 등이다.

또 단지 조성시에는 각종 부과금이 부과된다.

농지전용부담금 산림전용부담금 대체농지조성비 대체조림비 개발부담금
등등.

여기에 지방정부에서는 진입도로건설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많다.

이 비용이 모두 분양가에 포함된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공업단지가 조성되면 그 지역에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고 또 사업소세
재산세 등록세 취득세 등 각종 세원이 확충되는 것이다.

당연히 지방정부 차원에서 보면 봉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몰려오도록 경쟁적으로 기반시설 확충에 사전 투자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곧 지역발전이다.

실제로 외국에서 이같은 방법으로 기업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지방정부는 적극적인 기업유치를 위한 선투자조처로
땅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보다 개발이익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공단에 필요한 시설을 누가 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수익자부담 원칙에 의하면 당연히 공단의 책임이다.

그러나 어느 의미에서 도로, 상하수도 등 공공시설을 구비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땅에는 각종 세금이 부과되고 정부는 이같은 세금을 징수하는 만큼,
그 땅이 정해진 용도로 쓰여질 수 있도록 필요한 시설을 공급해 줄 의무가
있다.

만약 개발이익이 있다면 이는 양도소득세나 개발부담금 제도가 있다.

금번 "10% 경쟁력 높이기"의 구체적 정책 대안으로 공업단지 분양가가
최고 30%까지 인하될 것이다.

공단조성에 부과되던 각종 부담금을 면제해주고 기반시설을 정부에서
지원하기로 하였다.

땅의 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이제 지방정부도 응분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업단지의 가격이 더 인하된다.

공단 분양가의 인하는 공단과 자유입지와의 비용왜곡을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유입지는 필연코 난개발을 유발한다.

공장의 난개발은 주택의 난개발보다 더 좋지 않다.

지방에 나날이 많은 계획공단은 분양이 제대로 안되지만 용인일대에는
나날이 마구잡이로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다.

기업측면에서 볼때 훨씬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경제사정이 나쁠 때마다 공장용지에 관한 용도지역이 완화되었고,
행정규제가 완화되었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어져야 하지만 수도권에 대기업공장이 집중되거나,
난개발을 유발하거나,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면 안될 일이다.

더더구나 금번의 구제완화가 용도전환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대기업의 전략에 이용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우리의 땅은 작다.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