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 전국방장관이 경전투헬기사업과 관련 대우중공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재계는 행여 이번 사건의 파문이 방산업계 전체로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방산업체들은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잦은
무기조달계획 변경으로 경영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라며 사건이
더이상 확대되지 않고 하루속히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했다.

그는 또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번 사건은 대우가 헬기사업이
계속 지연되는데 초조해진 나머지 권병호씨의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대우에 동정론을 펴기도 했다.

한편 사건 당사자인 대우그룹은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자체적인 진상파악을 위해 체코에 출장중인 윤영석그룹총괄회장을
귀국시키는 한편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정호신대우중공업부사장의
소재확인에 주력했다.

그룹관계자는 "21일 새벽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김우중회장에게
이번 사건을 보고했더니 "우선 윤회장에게 얘기를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즉시 윤회장에게 연락을 취했다"며 "김회장도
아직은 사태의 정확한 전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띰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사장 등과 함께 검찰의 소환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석진철 전대우중공업사장(대우FSO사장)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귀국할
계획이 없고 당분간 폴란드에 머무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윤회장이 귀국하고 정부사장에게 연락이 되는대로
사건의 진상을 최종확인하고 이에대한 그룹의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빠르면 22일 중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그룹의 공식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 임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