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이사장 정주영)은 "현대사회와 성윤리"를
주제로 한 제8회 사회윤리심포지엄을 22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연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정주영이사장의 개회인사에 이어 기조연설과
주제강연, 분과별 주제발표와 토의가 이뤄진다.

분과별 주제는 "가족해체와 성윤리" "청소년의 성과 성윤리"
"성의 상품화와 성문제" "성규범과 법적통제" "성의식의 변화와 성차별"
등이다.

박동섭 변호사의 주제발표문을 간추려 싣는다.

< 정리 = 오춘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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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의 법적 대응 >>

우리나라에서 성희롱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어느 대학교수가 여자조교를 대하는 과정에서의 행위가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면서부터이다.

이 사건은 이후 서울민사지법에서 이른바 성희롱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판결이 선고되는 결과를 낳았다.

성희롱에 대한 법적 대응조치중 일반인들이 통속적으로 알고 있는
성희롱, 즉 1회적인 것에 대해서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가해자를
고발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어떤 남자가 여성을 슬쩍 건드리거나 농담을
걸거나 뒤따르거나 해서 그 여성으로 하여금 성적수치심이나 불쾌감 또는
불안감을 느끼도록 한 경우는 경범죄에 해당될 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입증의 문제 등은 여전히 어려운
사안으로 남아있다.

물론 성희롱피해자는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용자를
상대로 고충처리 신청처리를 하는 길도 있으며 나아가 고용평등위원회에
청원서를 제출하여 해결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폭력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강간이나 추행을 생각한다.

그러나 성폭력은 성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이고 단순히 여성의
정조를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인권침해의 문제이다.

따라서 성폭력을 당한 사람은 그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형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상의 손해배상은 주로 위자료가 될 터이지만 응징적 의미도
들어있기 때문에 고액 위자료를 청구해 보상받는 길이 있을 것이다.

이 방법으로 성폭력을 방지하려고 한다면 법원에서도 위자료를 많이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 형사상으로도 성폭력의 피해자를 고소할 수 있다.

현재 형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성폭력을 취급하는 형사법이다.

그러나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대한 방지대책은 법률만으로 부족하다.

법을 집행하는 실무자들의 인식의 대전환, 실무처리방식이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이다.

또 피해자 스스로 자위수단을 강구하고 범행 당시에는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피해를 당한 뒤에는 신속히 신고를 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성폭력은 저지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성교육 특히 여학교에서는 남성의 공격에
대항하는 방법도 교육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국민의 의식을 계몽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