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거장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대형 기획전이 잇달아 마련돼
가을 화랑가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경주 선재미술관 (0561-745-7075)이 콜롬비아 출신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의 국내전 (18일~97년 1월31일)을 마련한데 이어 서울 국제화랑
(735-8449)이 24일~11월20일 독일 최고의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요셉 보이스 (1921-1986)전을 개최한다.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난도 보테로는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부풀려 기존의 통념을 파괴하면서 세속적인 질서와 권위를
비웃어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작가.

대통령이나 군인 성직자등 모든 권위와 권력의 상징들을 뚱뚱하게
부풀린 모습으로 만들어 사회부조리를 풍자하고 있는 그는 동시에 평면한
인물들의 과장된 모습을 통해 그들의 삶을 찬양하기도 한다.

특히 다빈치, 고야, 지오토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유머러스하게 재구성한
일련의 작품들은 세계 각국의 미술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48년 무명작가로 출발한 그는 76년 파리비엔날레에 참가하면서
세계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92년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자신의 조각품으로 장식하는 야외조각전을
가졌고 93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20세기 라틴아메리카예술가전"에
육중한 모습의 남녀인물상과 동물상을 출품해 각광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청동조각 8점과 조각소품 12점, 회화 50여점,
데생 30여점 등 100여점.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를 얼굴부분만 부풀려 재미있게 그린 77년작
"모나리자"와 바람둥이 신 제우스에 납치된 유로파의 모습을 그린
"유로파의 강탈"은 널리 알려진 작품.

"유로파의 강탈"은 서구중심의 약육강식체체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수작이다.

조셉 보이스는 20세기 현대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중 한사람.

앤디 워홀, 마르셀 뒤샹 등과 더불어 혁명적 사고로 현대미술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킨 그는 60년대초 전위예술가그룹인 "플럭서스" 활동을 통해
백남준씨와도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었다.

휴머니즘에 입각한 만물의 조화를 추구했던 그는 실제작품에 있어서도
자신의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다양한 작업을 펼쳤다.

보이스 10주기전으로 꾸며지는 이번 한국전에는 "플럭서스"의 리더였던
조지 마시우나스의 예술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대형설치조각
"조지 마시우나스를 위한 수사슴기념비"를 비롯, 49~86년의 조각 드로잉
멀티플 등 22점이 소개된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