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막된 서울에어쇼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3개국 최신예 전투기의 시범비행.

미.프랑스.러시아는 각각 "FA-18" "라펠" "수호이-30"등을 출전시켜 치열한
"공중전"을 벌였다.

시범비행은 출전기종 자체가 최신예 전투기인데다 평상시 중력의 9배인
"9G"를 견뎌내는 조종사의 초인적인 체력과 수차례 급기동에도 즉시 중심을
유지하는 수평유지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고난도의 비행기술과 최첨단
장비가 적합된 "에어쇼의 꽃"으로 평가된다.

개막 첫날 시범비행에선 "호네트"라고 불리는 미국의 FA-18이 맨먼저 모습
을 드러냈다.

비행경력 2,900시간의 마이클 웰링턴 미해군소령이 조종한 호네트는 F404와
400등 2개의 엔진을 동시에 터뜨리며 이륙하자마자 최고속도로 수직 상승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뒤이은 이멜만턴에서도 호네트는 우수한 성능을 과시했다.

이멜만턴은 배면배행으로 뒤로 완전히 한바퀴 돌면서 쫓아오는 적기를
따돌리고 후방위치를 선점하는 고전적인 전투기 조종술.

호네트는 일반 전투기의 절반에 가까운 반경의 이멜만턴으로 최종 전투
과정에서 언제든지 적기의 후방을 되찾을 수 있는 높은 기량을 선보였다.

호네트는 또 기수를 25도만 들고 시속 200km 로 날아가는 초저속비행을
해보여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프랑스 닷소사가 자존심을 걸고 내놓은 차세대 전투기 라팔.

항공모함에 탑재할 수 있도록 작고 날렵하게 설계된 라팔은 공중전에서
유연한 운동성을 자랑하는 전투기다.

제작사인 닷소의 수석비행조종사인 이브 케레르베씨는 시범비행내내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몸부림 치는 듯한" 기동을 자유자재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수직상승->수평비행->수직강하->배면수평비행을 순식간에 보여준
스퀘어댄스(square dance)는 전투기비행의 예술성을 과시한 환상적인
비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범비행의 말미를 장식한 러시아의 "수호이-30"은 전설적인 "테일슬라이드
(tail slide)와 "코브라기동"으로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테일슬라이드턴은 수직으로 상승하던 비행기가 뒤쫓아오는 적기를 따돌리기
위해 잠시 멈추어섰다가 곧바로 재출발해 적기 꼬리를 잡는 고난도 기술로
수호이전투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량이다.

코브라기동은 이를 수평비행에서 응용한 것이다.

4,000시간의 비행경력을 가진 빅토르 푸카체프가 초고속으로 날던 전투기를
갑자기 공중에서 세우자 관중들은 신비한 비행술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