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업체를 좋은 조건으로 팝니다"

법원이 팔리지 않은 부실기업 재고처분 판촉에 나섰다.

법원은 21일 제3자 인수가 이뤄지지 않은 건풍제약 경동산업 광덕물산
논노 삼도물산 미강 등 6개 법정관리업체를 조기 매각하기로 하고
인수자 찾기에 본격 나섰다.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인수공모를 내는 한편 인수신청 기업에게는
기업설명회까지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따라 건풍제약은 이날 본사에서 대농 등 6개 인수희망업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자본규모 영업실적 부채상황 등을 소개하고 설명회를
가졌다.

건풍제약의 인수업체는 채권 15년 균등분할상환 담보권없는 정리채권에
대한 이자면제 등이 혜택을 받게 된다.

건풍제약의 경우 오는 31일 경쟁입찰을 통해 인수기업이 결정되면
법원 회사정리자문위원회 동의를 받아 최종 승인하게 된다.

건풍의 판매조건은 거의 바겐세일에 가깝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파격 그자체인 셈이다.

법원은 나머지 5개 업체를 인수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신주발행권부여
채권변제기간 연장 관리인 추천권을 주어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각종
혜택으로 구미를 돋굴 방침이다.

앞으로 기업설명회를 갖게 되는 논노는 무담보 정리채권의 원금
80%를 탕감하고 2001년부터 2001년부터 12년동안 균등분할 상환하는
혜택을 조건으로 인수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이외에 경과이자.발생이자.기타 지연손해금 등을 전액 면제하고
자본규모도 대폭 축소해 군침이 돌만한 푸짐한 상을 차려놨다.

법원은 이외에 경동산업과 광덕물산 등에 대해서도 조만간 인수기업들이
덥썩 물만한 "당근"을 준비중에 있다.

법원은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영도 직접 판매할 생각을 갖고 있다.

서울지법은 지난달 18일 서울은행 등 주거래은행과 채권단에 독촉성
공문을 보내 제3자 인수가 조속한 기간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원이
직접 제3자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이처럼 직접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당근요법에 의한
부실기업 판매전략이 실효를 거뒀기 때문.

지난달 극동도시가스로 인수가 확정된 근화제약은 법정관리 도중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1백50억원에 달하는 채권의 발생이자를 면제하자
인수요청이 물밀듯 들어왔다.

당시 10개 업체가 공모에 참가한뒤 크라운제과, NK텔레콤, 극동도시가스
등 3개업체가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었다.

서울지법 관계자는 "그동안 제3자 인수는 해당 기업이나 주거래은행이
주체가 되어 추진해 왔으나 부실기업이 안고 있는 부채가 워낙 커
인수기업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며 "법원이 직접 나서 채권을 탕감하는
등 혜택을 제시하며 인수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법정관리 요건에 관한 예규 강화 뿐만 아니라 하급법원이
부실기업 세일에 나서 "법정관리는 부실기업의 도피처"라는 인식이
말끔히 사라질 전망이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