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과 은행감독원은 최근 은행지점장과 사채업자가 결탁, 차명이나
도명계좌를 만들어 거액예금을 유치하는등 금융실명제위반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따라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수휴은행감독원장은 21일 "청와대에서 이석채경제수석비서관과 이환균
재경원차관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합의차명계좌등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며 "은감원에서는 금융실명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합의차명
계좌나 도명계좌실태를 파악,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은감원관계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려는 거액전주를 돕기 위해
은행지점장이 사채업자와 짜고 다른 사람 명의를 합법적으로 사오거나(합의
차명) 몰래 사용하는 방법(도명)으로 여러개 통장을 발급, 거액의 예금을
유치하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따라 이같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태조사결과가 나오는대로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은행과 관련
임직원을 엄중 문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그동안 내년초 금융소득종합과세 첫 통보를 앞두고 대부분
은행의 직원들이 사채업자등과 결탁, 차명계좌와 도명계좌를 공공연히
개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차명계좌는 실제 예금주와 명의예금주간에 분쟁이 생기지 않는한
실명예금으로 간주되고 있어 적발이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 감독당국의 무성의까지 겹쳐 지난 93년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후
은감원이 적발해낸 합의차명계좌는 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금융계에서는 은행간 과당수신경쟁이 지속되는한 합의차명은 근절될수
없다며 단기적인 단속보다는 은행의 합리적 경영을 유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