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 큰동서 되는 우부인 마님도 그렇지, 어떻게 마님 가슴에 못을
박는 짓을 할 수 있단 말이에요?

자기 여동생을 몰래 주인 대감님 첩으로 들어앉히다니.

그것도 마님과 한마디 의논도 없이"

평아가 혀를 차기까지 하며 우씨를 성토하였다.

"그러게 말이다.

원래 우씨 집안 핏줄에도 음탕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게지 뭐.

우씨의 여동생들이라는 우이저니 우삼저니 하는 애들도 다 배다른
동생들이라고 하잖아.

우이저는 형부인 가진 대감과도 놀아난다는 소문이 있었지.

그래서 우씨는 우이저를 자기 남편에게서 떼어 놓을 요량으로 시동생인
우리 남편에게 붙여놓았을 거야.

우삼저의 행실은 더 개차판이지.

형부인 가진 대감과도 놀아났을 뿐만 아니라 형부의 아들인 가용과도
놀아났다고 하더군.

이모라는 여자가 어린 조카하고도 놀아났으니 말해 뭐해.

하긴 우이저도 조카하고 놀아났다는 말이 있더군.

그러고도 우삼저는 형부에게 시집을 보내달라 떼를 써서 보옥 도련님과
친한 동무인 유상련을 소개받고 말이야.

유상련을 우삼저 자기가 5년 동안이나 연모해왔다나.

내 참, 기가 막혀서. 유상련도 처음에는 우삼저를 아내로 맞이할 마음을
먹고는 원앙검까지 증표로 보냈지.

근데 소문을 듣고 보니 우삼저의 행실이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거야.

그래 파혼을 하려고 하니 우삼저가 유상련 보는 앞에서 원앙검으로
작 목을 찔러 자결해버렸잖아.

자기가 무슨 열녀라도 되는양 말이야"

희봉이 입에 묻은 거품을 혀끝으로 핥아가며 우씨 자매들을 헐뜯었다.

평아는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소위 귀족 가문에서 온갖 추잡한 일들이
은밀히 벌어지고 있는 사실에 새삼 메스꺼움을 느꼈다.

돈 많고 권세가 좀 있다 하면 누구나 할것없이 음탕한 짓거리를 하려고
덤벼드니 부귀영화라는 것이 음란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인가.

"우이저가 주인 대감님이 마련해준 새집에 기거하고 있는데 말이죠,
지금처럼 주인 대감님이 멀리 출장을 가고 없는 동안에 가진 대감이나
가용이 옛정을 못 잊어 그 집에 출입하는 거 아닐까요?

그 사실을 나중에 주인 대감님이 알기라도 하면 우삼저에게 일어난 일이
우이저한테는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잖아요"

"바로 그런 짓을 계속 하려고 우리 남편을 꼬드겨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 새집을 마련하도록 했는지도 모르지.

부자간에 잘들 놀고 있네. 하지만 뜻대로 안 될걸"

얼마 후 평아가 물러가고 나서도 희봉은 혼자 누워 가진, 가용, 우씨,
우이저 그리고 남편 가련 들을 모조리 궁지에 몰아넣을 계책을 짜내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