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취업시즌이다.

채용박람회가 성시를 이루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각급학교 졸업예정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느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기업들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처럼 중요한 과제는 없다.

고용은 가장 원천적인 복지정책이다.

문제는 어떻게 일자리를 늘려가느냐, 또 능력있는 인력을 키우느냐
하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가장 큰 곳은 기업이고, 유능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은 주로 학교이기 때문에 교육의 질향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해 취업전선의 사정은 예년과 크게 다르다.

기업은 불황을 이기기 위해 명예퇴직과 감원으로 군살빼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수인력을 확보하려는 것은 사원을 소수 정예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기업의 올해 채용규모는 9만명 정도인데 구직희망자는 27만명에
이르고 있어 외형적 경쟁률은 3대1이다.

하지만 대기업선호경향 때문에 대기업의 실질 경쟁률은 10대1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느 나라나 실업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온갖 정책수단을 동원한다.

취업난과 구인난도 공존한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국제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에
있다.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국내외 환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

경쟁을 이겨내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역은 사람이다.

상품경쟁 서비스경쟁은 결국 그 상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경쟁이다.

유능한 사람을 키우는 곳이 학교라면 문제의 핵심은 학교교육의
질적향상에 있다.

학교교육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의 교육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교육은 새로운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우는 일을
심각히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취업을 앞둔 학생들은 지금 영어공부,면접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적성이나 미래설계를 고려할 겨를 없이 우선 일자리를
얻고보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택한 직장을 천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다.

또 그러다보니 사람은 많아도 쓸만한 사람이 없다는 기업의 불평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직장을 찾는 학생들은 먼저 일을 통해 개인의 꿈을 실현하고 회사
또는 조직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가져야 한다.

인재란 학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다.

시험성적이 좋은 사람은 더욱 아니다.

어떤 일에 모든걸 바쳐 무언가를 이루어내겠다고 밤낮 매달리는
사람이 인재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정직하고 미련할 정도로 한자리에서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사람을 우리사회는 요구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인재를 필요할때 주문해서 쓰는 부품처럼 생각해선 안된다.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동반자요,기업의 공동주역임을 확인시켜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취업예정자와
인재란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갈고 닦으면 만들어진다는 신념을 가진
기업이 만나는 취업전선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