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도시, 즐기는 도시"

프랑스의 세르지-퐁트와즈(Cergy-Pontoise)가 내건 슬로건이다.

신도시개발에 나선 이후 27년이 지난 지금 세르지-퐁트와즈는 주거
산업 여가기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자족신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서북쪽으로 30km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세르지-
퐁트와즈는 파리를 둘러싸고 60년대이후 개발된 에브리 마르느라발데 등
5개 신도시중 가장 면저 조성된 곳이다.

2차대전후 50년대 "베이비붐"으로 인해 급격히 늘어난 파리의 인구를
분산시키고 수도권의 체계화된 도시개발을 위해 60년대 중반 계획됐다.

이곳은 우와즈강이 도시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고 15번 고속도로(A15)가
도심을 관통, 파리를 30분 거리로 연결시키고 있다.

우와즈강은 특히 세느강과 연결돼 북유럽과 파리를 이어주는 수상교통로
역할까지 하고 있어 세르지-퐁트와즈를 파리 서북부지역 거점도시로
올려놓고 있다.

이 도시개발은 69년부터 본격 착수됐다.

프랑스정부는 그해 공공개발공사(EPA)를 설립하고 토지수용 기반시설
구축에 들어갔다.

EPA는 수상실 산하 도시계획부 소속기구로 신도시개발의 전권을 갖고
있다.

EPA는 세르지-퐁트와즈개발에 있어 2가지의 최우선 목표를 세우고
일관된 도시개발이념으로 삼았다.

그 하나는 "살고 싶은" 자족도시로 만들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체계적인 지역밀착형 도시개발의 정형을 세우자는 것이었다.

세르지-퐁트와즈 신도시개발이전 40-50년대의 도시개발은 대부분
팽창하는 파리의 인구분산에 급급한 나머지 파리주변 이곳저곳을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새로 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EPA책임자를 이곳 지방자치단체의회에서 뽑아
"지역성"을 최대한 반영한 개발계획을 세우게 했다.

자족도시조성을 위해서는 개발초기부터 주택 일자리 뿐만아니라
교육 여가시설 등을 고루 갖춘 정착신도시로 만드는 데 주안점이
두어졌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취해진 정책은 기업유치.

전체면적 2,340만평의 8.5%인 1백98만평을 6개의 업무단지로 나눠
업종과 규모에 관계없이 기업활동이 가능하도록 교통 통신 등 각종
기반시설을 갖췄다.

또 세르지생크리스토프 기차역 주변 등 2곳을 중심 상업 및
업무지역으로 조성했다.

개발직후인 70년대초부터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 현재 이곳에 들어와
있는 기업수가 3천5백여개에 이르고 있으며 일자리도 69년 1만5천개에서
8만개로 늘어났다.

푸조 소니 톰슨 CIC사 등의 빌딩이 이곳에 있으며 3M 유니시스
지멘스-닉스 포드 존슨사 등은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인구 1백만명이 넘는 발두와즈지역 행정관청을 세르지-퐁트와즈에
둔 것도 기업을 유인하는 한 요인이 됐다.

각종 행정서비스는 물론이고 금융등 다양한 서비스를 바로 제공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교육시설을 풍부하게 설치한 것은 다른 신도시에서는
보기드문 이곳만의 특징이다.

자족기능 확보와 함께 기업에 우수인력을 지원키위한 대책이었다.

세르지-퐁트와즈종합대학을 비롯해 프랑스 최고수준의 상경계열
그랑제꼴(5년과정의 대학원대학)인 에섹(ESSEC), 국립전자공학대학
교육대학 고등농업학교 등 10여개의 다양한 고등교육기관이 들어서있다.

이들 대학수준 교육기관에서 교육받는 사람만 이곳의 인구 10%인
1만8천평에 이른다.

이밖에 83개의 유치원 및 초등학교, 18개의 중학교, 11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세르지-퐁트와즈는 또 도시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무엇보다
녹지 및 레저공간에 신경을 쓰고 있다.

파리의 10배에 이르는 1인당 10그루이상의 식목조성을 최소기준으로
잡아 나무를 심고 있다.

이러한 녹지는 공장지역을 주거 및 레저시설로부터 분리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레저시설로는 30만평의 호수를 끼고 있는 대규모 세르지뇌빌 레저단지를
비롯해 골프장 해상스포츠시설 등 다양하다.

우와즈강은 1년 내내 여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세르지-퐁트와즈 중심부에 설치된 벨베더르타워에서는 파리에
바로 붙어있는 라데팡스의 그랜드아치가 보인다.

이 타워는 파리도심 루브르박물관 샹제리제거리 개선문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중심축"과 일직선상에 놓인다.

이는 파리와의 연결성을 강조하기 위한 배려다.

완벽한 교통망은 새로운 도시개발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기반시설이다.

세르지-퐁트와즈의 4개역을 이용해 RER(고속철도) A선을 타면 파리
시내까지 20분에 진입할 수 있다.

93년 폭이 2배로 확장된 15번 고속도로와 184번 고속도로는 파리시내를
30분안에 연결시키며 프랑스 각지를 잇는 퐁트와즈-코메이유공항도
10분이면 닿는 거리로 좁혀놨다.

"똑같은 주택은 하나도 없다"는 이곳 개발공사 직원의 말처럼
6만2,000가구에 이르는 주택의 형태나 색깔은 제각각이다.

지붕 현관문의 형태가 다르거나 어느 한곳이라고 색상이 틀리다.

또 단독주택 아파트 등 다양한 구조의 주택이 있는가 하면 독신자단지
장애자단지 등도 별도로 있다.

주택은 소형의 중하급에서 대형의 고급주택까지 한 구역에 골고루
들어서있는데 이는 슬럼화를 방지하고 공동체를 형성하기위한 배려다.

중저층의 아파트가 55%, 단독주택이 40%이며 임대주택이 절반에 이른다.

세르지-퐁트와즈는 전체적인 조화속에서 각 구역별로 순차적으로 개발한
것이 신도시전체 개발과정의 특징이다.

각 구역별로 학교 보육센터 레저센터 상업시설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시설을 우선적으로 갖췄다.

이를위해 1천여명의 도시계획 및 건축가들이 개발에 참가했다.

현상공모에서 당첨된 개발안이 일정 구역에 적용됐다.

각 구역의 개발양상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때문이다.

이는 30년이상 개발되기 때문에 피해를 보기쉬운 초기입주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베드타운에서 탈피,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여가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초기입주자들의 생활까지도 배려하는 개발
정책은 기반시설이 미흡해 초기입주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