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안전을 지킨다"

각종 구조물에 금이가는 등의 결함이 생겼을 때 발생되는 소리를 통해
결함의 부위나 진행상황을 실시간 감지, 대처할수 있는 방재기술개발
연구가 한창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재기술연구센터 윤동진박사팀은 재난.재해
대응기술의 선진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방재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음향방출(Accoustic Emission)을 이용한 구조물 진단기술개발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AE기술은 선진각국에서도 비교적 최근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비파괴검사
방법으로 대상구조물에서 나오는 소리를 이용하는게 특징이다.

철이나 콘크리트 등으로 이루어진 고체구조물은 내부에 결함이 생기면
그 특성에 따른 소리(탄성파)가 생긴다.

이 소리의 파장은 보통 100kHz~1MHz대로 사람이 들을수는 없지만 물질
고유의 특성에 따라 수십m나 전파된 후에도 충분히 포착할수 있는 신호로
존재한다.

따라서 다른 비파괴검사법처럼 결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위나
구조물전체를 센서 또는 투시장치로 검사할 필요가 없다.

대형구조물도 가동상태를 유지하면서 결함의 발생이나 성장유무를
연속적으로 관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시험에 필요한 특정에너지를 대상구조물에 주입하기 위해 인공적인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

이 기술은 특히 구조물 소재를 이루는 원자의 이동이나 전위(어느 한
점에서 전기적 작용을 미칠수 있는 에너지의 양)의 움직임까지 포착할수
있어 결함이 관측되기 이전부터 그 가능성을 예측해 대응할수 있다.

의사가 청진기로 질병의 유무나 진행상황을 알아내고 심전도검사를
하듯이 대상구조물에 부착한 정밀센서에 흡수되는 소리신호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 모니터상에 나타내주는 파장신호의 해석을 통해 안전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윤박사팀은 이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소 구조시험동에 실물강철교량
모형을 설치, 소리신호의 해석기법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소리가 발생되는 여러가지 현상이 구조물내에서 동시에 일어날 경우는
물론 자동차소음 등의 외부잡음까지 완벽히 구분해 내는 등 이 기술의
단점을 해소할수 있는 기법을 개발, 어떠한 환경에서든 적용할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건물이나 댐 등 콘크리트 구조물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끔 진단절차와 평가기준을 표준화하고 미 PAC사가 장악하고 있는
관련장비의 국산화도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윤박사는 이와관련, "AE기술은 연륜이 짧지만 구조물 내부의 미시적
변형이나 파괴거동의 규명은 물론 가동중인 원자력발전 설비나 운항중인
항공기에서의 연속감시체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방재기술연구센터에서 개발중인 다른 기술과 융합돼 구조물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한몫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