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대우 아남 등 가전업체들이 컬러TV 냉장고 세탁기등 주요
가전제품값을 최고 20% 내렸다.

승용차 화장지 손목시계 카메라 구두 운동화등 다른 공산품값도
곧 내릴 것이라고 한다.

4.5%로 잡고 있는 올해 물가억제선을 지키기위해 정부에서 공산품
가격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같은 공산품가격 인하행진을 지켜보면서 착잡한 감을
금할수 없다.

30년전이나 지금이나 경제운용방식에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과연
이런 방식으로 계속 해나가가도 좋은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경쟁의 결과로서 시장에서 결정돼야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행정력을 동원한 여하한 형태의 가격통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지난30년동안 체험해 온 것이다.

가격통제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되는 생산자는 물론이고 소비자입장에서
봐도 그렇다.

가격을 누르면 질이 떨어지거나 뭔가 결함을 수반하게 되는게 보통이고,
눌린 가격 그 자체도 일정기간후에는 더 큰 폭으로 오르는 반동적 작용을
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모든 경제정책의 결과가 물가, 곧 가격으로 나타난다고 보면, 원인은
그대로 둔채 결과만 바꾸려는 가격통제가 곳곳에서 무리와 부작용을
표출하게 될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경쟁력 10% 높이기"의 일환으로 철강가격을 8% 내리기로 했다는
정부발표가 새로운 한미통상현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그런
사레중의 하나다.

미국강관업계가 한국정부의 철강재가격인하결정은 이를 원자재로
하는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철강재 수요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USTR(미국 통상대표부)에 보복을 촉구하고
나선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미국 강관업계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는 외국업자들이
한국상품의 가격결정을 정부에서 좌우한다고 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격에대한 정부규제는 철강재의 사례에서 보듯 "부당한 정부지원"등으로
받아들여져 통상마찰의 불씨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개방과 기업자율을 요구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 됐기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그러하다.

공산품가격 인하를 강요하고있는 정부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전시대적인
타성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만증하는 것이다.

자율과 경쟁의 논리가 적용되는 시장의 기능을 살려나가는 것이
우리가 지행해야할 방향이라는데 이론이 없다면, 아직도 무소불존의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있는 경제관료들의 사고는 문제다.

법에 근거한 규제만으로도 찌들어 기를 펴기 어려운 민간경제계에
가격인하강요등 법적 근거도 없는 자의(자의)적 행정이 더이상 짐이
돼서는 안된다.

공산품값이든 돈값(금리)이든, 가격은 통제를 통해 안정시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보면 더욱 그렇다.

값을 내리려면 원가부담을 덜어주거나 공급을 늘리는 대책을 세워야한다.

지준율 재할금리 통화량 어느 것하나 손대지않고 금리를 내리락
호통만친다고될 일이 아니다.

바로 그것이 시장의 논리라는걸 되새겨야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