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박상규부총재의 23일 국회 대표연설은 최대현안인 안보와
경제문제에 초점을 맞춰 "실정"을 추궁하고 대안제시에 주력한 것이
특징이다.

김대중총재가 직접 연설문의 자구까지 한자한자 수정했음을 감안할때
이날 대표연설은 곧 안정희구세력과 중산층을 모두 겨냥한 김총재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대표연설의 부제가 "두가지 불안으로부터의 해방"으로 설정된 것도
이같은 "중도보수노선"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로 보여진다.

경제분야에서 박부총재가 근로자와 함께 기업인의 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부총재는 "어제는 기업인들을 불러 벌을 주고 다음날은 청와대로
불러 애국자라 하면서 수출에 노력해달라고 부탁하는 태도를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대기업인들을
마치 죄인 취급하는데 어떻게 사업을 할 용기가 나겠느냐"고 대기업의
역할을 적극 평가해 주목을 받았다.

박부총재는 이와함께 "세계에서 7번째로 물가가 비싼 나라"라는
표현을 써가며 "신경제정책은 전면적 실패이며 우리경제는 총체적
위기"라고 공격했다.

박부총재는 특히 "당초 5조원이던 경부고속전철사업의 건설비가
10조원을 넘었고 투자비용의 이자만해도 하루 40억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여 착공하지않은 구간은 장기사업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박부총재는 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입문제에 대해 "지금 가입하면
우리의 금융시장은 무너지게 된다"면서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후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조기가입 반대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박부총재는 이어 안보분야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한 엄중경고와
군인사의 공정성문제를 경계하는 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

박부총재는 "북한이 동해안 무장공비사태에 대해 정중히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북한이 적반하장격으로 "백배 천배 보복" 운운한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간접화법으로 김총재의 확고한
대북관을 내비쳤다.

박부총재는 이어 이양호 전국방장관의 의혹사건과 관련, "이런 사람이
이른바 문민정부의 국방장관을 2년반 동안 지냈다는 것만봐도 군인사가
얼마나 잘못돼 왔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면서 "김영삼대통령은
"하나회"를 척결한후 불과 몇년만에 군의 주요보직을 PK출신으로
채웠다"고 공격했다.

박총재는 또 "이제 더이상 안보의 독점은 없어야 한다"면서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여야정치지도자의 합의와 대국민선언을
요구한다"고 말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있을지도 모를 "북풍"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