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품질환경인증협회(회장 김승연)가 23일 ISO 14000(환경경영체제)인증
제도 출범기념식을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환경경영체제의
막이 올랐다.

환경경영체제는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환경 관리기법과 관리체계의
표준화를 도모, 지구환경보전에 기여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국제규격이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보전하면서 기업경영활동을 영위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환경경영체제의 발족이 중요한 이유는 환경보호란 명제가 전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으면서 앞으론 ISO 14000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제품에 대해서는
대외수출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경우 ISO 14000시리즈 인증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해외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ISO 9000(품질경영체제)시리즈는 물론이고 IS0 14000시리즈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를 활용하느냐와 대응노력에 따라 부담스런 측면외에 긍정적인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먼저 부담스런 측면은 ISO 14000이 기업이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에서 자국으로 수입될 제품에 대해 인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일종의 기술장벽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지난해 4월부터 환경경영 및 감사에 대한 법률을
제정, 역내 회원국가가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어 인증요구는 예상
보다 빨리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 경영방법과 상품생산등 전과정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
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모든 활동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하며 관리차원의 심적 부담도 생기게 된다.

반면 긍정적인 효과로는 이를 조기에 도입할 경우 개도국을 비롯한 여타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인증을 통해 손쉽게 제고할 수 있어 환경시대
에 적합한 마케팅활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환경경영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인식전환이다.

환경문제를 생산이나 기타 기업활동과 유리된 부문으로 생각해 전담부서의
설치로 오염물질을 "처리"만 하면 되는 것으로 본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환경관련 지출을 비용으로 여기지 않고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파악하는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한편 이번 출범식은 인증제도 분야에서 그동안 정부가 시행해 왔던 인증.
연수기관.심사원들의 자격심사 및 승인 관련업무(인증업무)를
한국품질환경인증협회가 인증받아 민간주도로 인증제도를 운영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같은 민간주도의 인증제도가 출범함으로써 정부주도형의 인증제도가 안고
있었던 전문성 확보 및 외국의 민간인정기관과의 상호인정협정체결등에서
나타났던 문제점등이 해소돼 이 분야의 대외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