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은행지급준비율을 평균 1.9%포인트내리는 대신 총액대출한도를
2조8천억원 줄이기로한 것은 금리하향안정화의 계기를 마련하고 간접조절
방식에 의한 통화관리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지준율을 내려 은행수지개선을 통한 금리인하를 유도하는 한편
총액한도대출규모를 줄여 한은의 통화관리여력을 넓히겠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고 볼수 있다.

금리인하유도는 벌써부터 가시적 효과를 내고 있다.

조흥은행이 일반대출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를 다음달 8일부터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한 것을 비롯 다른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같은 폭으로 인하할
방침이다.

일반대출우대금리가 내리면 대부분 대출금리가 같은 폭만큼 하락, 기업들의
금리부담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는 한은이 당초 예상한 금리인하효과 0.1-0.2%포인트보다 훨씬 큰 수준
이다.

한은으로선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금리인하효과가 "경쟁력 10%이상 높이기 운동"과 맥을 같이한다면 총액
대출한도축소는 한은의 입지를 강화한 측면이 강하다.

은행들로선 그동안 지준율을 내리되 총액대출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을 내심 희망해온게 사실이다.

연 5%짜리 총액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를 한푼도 받지 못하는 지준
(2조8천억원)을 돌려받는게 은행수지개선을 위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재정경제원도 총액대출한도가 중소기업지원자금임을 감안, 총액대출축소에
난색을 표해 왔다.

그러나 지준율인하로 인해 풀리는 통화(2조8천억원)만큼 총액대출을 축소
키로 결정됨으로써 한은은 앞으로 통화관리에 상당한 융통성을 가질수 있게
됐다.

필요에 따라 재할인(총액대출)규모와 재할인율을 조정할수 있게 됐기 때문
이다.

문제는 지준율 추가인하를 계기로 조성된 금리인하분위기가 지속될지
여부다.

지난 4월 지준율이 평균 2.5%포인트 인하됐을때도 은행들은 일반대출우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신탁제도개편등과 맞물려 시장금리도 연 10%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금리인하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시장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데다 은행들도 변동금리체제를 도입하는
방법으로 금리인하효과를 반감시킨 탓이다.

이번에도 지난 4월같은 오류가 되풀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 은행들은 이번 지준율인하에 따른 금리인하효과는 최대 0.15%포인트
가량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 10% 높이기"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현재 대출금리체계가
0.25%씩으로 돼 있는 점을 고려, 인하폭을 0.25%포인트로 확대했다.

바꿔 말하면 언제든지 금리를 다시 올릴수도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회사채유통수익률등 장단기시장실세금리가 아직은 높은 수준이다.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는한 전체적인 기업금융비용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신탁대출금리와 수신금리도 떨어지지 않을게 분명하다.

정부가 당초 우려했듯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줄어들수 있다는
대목도 문제다.

중소기업에 저리로 지원되던 총액대출이 감소한 탓이다.

총액대출축소로 중소기업의 금리부담이 늘어나게된 것은 분명한 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방안을 어떤 식으로든 강구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