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서비스 유영걸사장(56)은 요즘 하루일과가 끝날 무렵인
저녁 8시께 컴퓨터 앞에 앉는 버릇이 생겼다.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자동차관련 각종 정보를 검색하고 PC통신
천리안에 올라온 고객들의 불만사항도 일일이 체크하기 위해서다.

이 시간이 그에게는 매일매일의 구체적인 업무방침을 세우는 데
가장 긴요하게 활용된다.

유사장이 컴퓨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지난 94년부터.

"사장으로 와보니 고객서비스에 필수적인 업무전산화 수준이 매우
열악했습니다.

애프터서비스는 부품 및 고객과 씨름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품발주부터
서비스제공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를 통한 일괄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래서 "나부터 컴퓨터를 배우자"고 생각해 당장 펜티엄급 PC를 갖다
놨어요"

유사장은 그때부터 컴퓨터 관련 기초서적으로 독학을 시작했다.

모든 회의때마다 "컴퓨터를 배워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강조한 것은
물론 임원들을 오산연수원으로 불러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사적인 "컴퓨터 마인드 바꾸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인터넷에 기업 홈페이지(주소:http//www.kas.co.kr)를
마련, 직원들의 정보 활용도를 높이기도 했다.

그 결과 컴퓨터에 관한한 문외한이었던 그도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기업 경영에는 정보 마인드가 가장 중요합니다.

정보흐름에 뒤떨어지면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인지 유사장은 최근에 나온 정보관련 서적들은 안읽어본 게 없을
정도다.

직접 읽고나서 요약본까지 만들어 간부 사원들에게 전달한 후 독후감을
제출토록 한 것은 그만의 독특한 사람관리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직원들에게 "우리회사 교수님"으로 통한다.

유사장은 또 최근 각 정비사업소와 물류센터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신물류시스템 개발에 온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 시스템의 개발이 완료되는 내년초에는 기아자동차를 구입한
고객들에게 국내 최고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자신한다.

유사장에게는 개인적으로 꿈이 하나 있다.

그동안 비서들이 관리해온 자신의 모든 업무일정을 스스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갖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의 경영자는 자기 스케줄도 스스로 알아서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작은 신념때문이다.

< 글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