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콜 총리, 강택민 주석, 넬슨 만델라 대통령, 도미이치 무라야마
전 수상, 카를로스 사울 메넴 대통령, 그리고 이건희 회장.

전세계 정치.경제 지도자 26명이 각자가 처한 입장에서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다가올 21세기를 전망하는 가운데 나름대로의 비전과 대응전략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95년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담아 펴냈던 "21세기를 위한 의제"가 최근 국내에서 "21세기의
도전과 전략"(귄터 뷔르텔레 편 연기영 역 밀알 간)으로 번역돼 나온 것.

이 책에는 특히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필자로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회장은 "전략과 미래"를 통해 "양적 경영의 시대를 종식하고 질의 경영
으로 나아갈 것을 주창한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은 변화하는 시기의
성공적인 기업경영을 위한 방향으로 제기됐다"며 "적어도 그룹내에서는
150년전의 공산당 선언에 못지 않는 의의를 갖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그룹의 어제와 오늘을 차분히 돌아본 이회장은 "미래기업은 약한
곳을 보강하여 평균을 유지하기보다 강한 곳을 집중 육성하여 세계수준으로
발전시켜야 성공한다"는 미래 대응전략을 피력했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페르난도 엥히키 카르도스 브라질 대통령, 에르세스토
세디요 멕시코 대통령, 모타르마 부토 파키스탄 총리, 알랙상드르 랑파뤼시
유럽통화기구 회장, 조바니 아넬리 피아트 사장, 헬무트 마우허 네슬레 회장
등이 21세기 문턱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하는지를 상세히 밝혀 놓았다.

1부는 정치지도자 12명의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 2부는 경제계 지도자
14명이 밝히는 비전과 전략이다.

헬무트 콜 수상은 통독후 경기침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점차 정치.경제적
안정을 이뤄가고 있어 21세기에는 과거 독일의 위상을 재현할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은 심각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밝힌 뒤 남아공의 21세기는 어떠한 인종주의도 거부하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알렉스 트로트맨 포드사이사회 회장은 "새로운 경쟁의 시대"를 통해
"자신을 조직과 문화에 맞춰 변화시키지 않은 채 이미 달성된 것을 통해
눈앞에 펼쳐지는 성장의 기회만을 이용하려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며
"사업이 잘 진행되고 회사가 경제호황의 파도를 타고 있을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책을 번역한 연기영 동국대 교수(법학과)는 책머리에 역사의 전환점
에서 정치와 경제를 움직이면서 20세기를 이끌고 21세기를 준비해온 다양한
인물들의 사상과 행동철학, 나아가 구체적인 기업경영과 국가발전 전략을
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흥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적었다.

<김수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