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실 < 선화랑 대표 >

아름다운 중년여성 프란체스카 존슨은 어느날 남편과 아이들이 일리노이로
떠난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촬영을 위해 마을로 온 로버트 킨케이트를
만난다.

트럭을 몰고 온 사진작가 킨케이트는 차에서 내려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길을 묻는다.

"죄송하지만 이쪽 어딘가에 지붕이 있는 다리가 있다는데 찾기가 쉽지
않군요.

혹시 아시면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그의 눈길을 받은 그녀는 순간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눈 목소리 얼굴 몸을 움직이는 가벼운 동작.

고통스런 분위기가 감도는 듯하면서도 사람을 끄는 그 무엇.

아름다운 잠에 빠지기 직전에 누군가가 속삭이는 것같은 기분.

프란체스카는 그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그의 남성적 매력이 자신에게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도 놀랄 만큼 친절하게 길을 안내한다.

"원하신다면 직접 가르쳐드려도 좋겠는데요"

둘은 트럭을 타고 로즈먼다리까지 간다.

두 남녀는 곧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그것을 숙명적인 사랑으로 돌린다.

프란체스카는 그때까지 마음속 깊은데서 우러나온 사랑을 느껴보지 못했다.

가정생활은 일상의 틀에 박힌 습관적인 것일뿐 영혼을 뒤흔드는 사랑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킨케이트는 그들의 사랑은 인위적으로 갈라 놓을수 없는 것이라며 함께
떠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 요구를 눈물로 거절하고 만다.

케이트의 삶을 지키고 자신 또한 남편및 두 아이와 함께 잔잔한 행복속에
책임있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다.

농사를 짓고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의 옷을 사입히고 진로를 함께 결정
하고 결혼도 시켜야 하는 책임을 지는 아름다운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였다.

TV드라마로 인한 "애인" 신드롬이 퍼져 있는 요즈음 책임감이야말로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요소임을 되새기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