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국회의 여-야 3당 대표연설은 경제에 대한 비중이 높다는 점,
표현은 다르지만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나가기 위한 방법론에서
상당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기 때문에 경제가 쟁점화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어쨌든 정치권의 경제에 대한 깊은 관심은 바람직하고
또 기대를 갖게 한다.

대기업에 대한 정치권, 특히 야당정치인들의 체질화된 사시안이 현저히
시정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자민련의 김종필총재는 소유자체를 죄악시하거나 부가 고통이 되는
사회에서는 경제가 잘 될수 없다며 기업환경의 획기적 개선을 해결해야할
첫번째 과제로 지적했다.

또 국민회의 박상규부총재는 재계가 오랫동안 바라온 여신관리 폐지를
주장했다.

두 야당대표의 주장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여러가지 정치 사회적
사건이 겹쳐 기업의욕이 저상된데도 큰 원인이 있다고 볼때 매우
시의적절한 감이 있다.

"대기업=악"이라는 정치권의 해묵은 관념적 시각을 떨쳐버린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만 하다.

우리는 기업인들에게 다시 활기를 주기위해서는 이같은 정치권의
기업에 대한 인식전환이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철폐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바로 그런 점에서 신한국당 이홍구대표가 "경쟁력회복을 위한 많은
추가적인 조치가 있어야하고, 또 있을 것"이라고 분명히 한 것은 기대를
갖게한다.

현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규제완화가 요란한 소리에 걸맞지 않게
결실이 없었던 까닭은 따지고보면 간단하다.

관료들에게 맡겨놨기 때문이다.

자기 영역, 제 권한을 줄이는 작업을 사실상 관료들에게 알아서 하도록
맡겨놨으니 될 턱이 없다.

정치권이 나서야할 것은 당연하다.

3당대표들이 밝힌 내용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활동을 통해
결실을 맺어 글자그대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곧 불필요한 규제가
없는 나라로 진일보하는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여신관리제도와 같은 법의 뒷받침도 없는 규제가 없어지도록
해야할 것은 물론이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이 "산업"이 아니라 "기관"으로 역할해왔기 때문에
문제를 낳았다는 여당대표의 지적과도 인식의 궤를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금융실명제 보완론을 야당대표들이 들고나온 점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실명제때문에 중소기업부도와 소비는 늘고있으나 저축은 줄고있다는
지적, 실명거래자금의 출처조사 배제요구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금융실명제가 밝은 사회를 뒷받침하는 제도로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데 절대적으로 인식을 같이한다.

동시에 이 제도가 지금와서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다는
현실도 부인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관념적인 당위가 경제정책의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될수 없다는
점을 가르쳐주는 사례가 금융실명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루어질 예산안 공정거래법 금융관계법 노동관계법
등의 심의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할 교훈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