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노개위의 제1차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도출되기까지 노사단체를
비롯해 정부나 청와대의 물밑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또 노사단체의 전략도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 노사관계 개혁위원회가 발족될 당시 노사개혁을 가장 반긴
쪽은 민주노총.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법외단체의 "서러움"을 벗어던질 수 있다는
기대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한국노총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였다.

재계도 처음에는 노사개혁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였으나
청와대와 정부측의 적극적인 설득에 힘입어 노개위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노총이 전략적으로 뽑아든 카드는 "단위사업장
까지의 복수노조허용"이었다.

재계는 크게 당황했다.

그때 진념 노동부장관을 비롯한 정부측의 설득이 다시 시작됐다.

마침내 지난 9월초순께 "복수노조의 단위사업장 허용여부"와 "노조
전임자임금철폐 문제"가 협상카드로 양측에 동시에 제시됐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했다.

노개위관계자들이 "이 두문제만 해결되면 정리해고제나 변형근로제는
쉽게 타결된다"고 얘기할 정도로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이과정에서 상당수의 개혁과제들이 타결됐지만 이문제를 포함한 핵심
쟁점들은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급기야 민주노총이 노개위논의과정에서 불참을 선언하고나서 "반쪽"
진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10월들어 경기침체국면이 가속화되면서 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기
시작하자 전경련을 중심으로 노사개혁연기론이 대두됐고 이어 재경원
등 경제부처에서도 연기론을 본격 제기하기 시작했다.

최근 청와대내에서 이석채 경제수석과 박세일 사회복지수석의 입장
차이가 나타난 것도 이 시점이다.

이수석은 "현재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재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쪽으로 개혁안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박수석은
"노사합의에 의한 개혁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 일관되게 지키고
있다.

결국 제1차 개혁안은 이처럼 노사단체 및 관련기관의 이해관계와
전략이 치밀하게 복잡하게 얽힌 상태에서 도출된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