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근 전국의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외제차 구입의사를
물어본 결과 동급 배기량일 경우 가격이 비슷하면 외제차를 사겠다는
응답자가 1,197명으로 전체의 39.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대부분이 외제차가 국산차보다 품질이나 안전성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국산차, 품질이나 성능면에서 과연 외제차보다 뒤지는가.

이에대한 해답을 한마디로 내리기는 어렵다.

국내외 공식평가기관을 통한 비교 테스트 결과가 아직 없고 세간에
알려져 있는 상식도 실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용차의 기본 성능을 나타내는 제원을 바탕으로 안전도나
엔진성능 연비 기본사양등을 비교해봤다.

대상 차종으로는 수입차시장에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포드 몬데오와
크라이슬러의 네온, 그리고 이와 동급인 국산 중.소형차를 선정했다.

먼저 안전도측면에서는 외제차가 시트벨트 프리텐셔너,
TCS(마찰제어장치), 안티록 브레이크시스템 등의 장치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어 국산 소형차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차체안전도에서는 흔히 외제차가 뛰어나다는 평가와는 달리
국산.수입차 모두 5마일 범퍼를 똑같이 적용하고 있어 접촉사고시
피해정도는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미국 유력 전문지인 컨슈머 다이제스트지가 국산 승용차의
안전도를 높게 평가해 이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이 잡지는 세계 주요차종의 충돌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대자동차
엑센트가 운전석 별 5개, 조수석 별 4개를 받아 동급의 크라이슬러
네온(각각 별 3개)보다 오히려 안전한 차라고 호평했다.

연비는 국산차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비는 연료 1l 로 몇km를 갈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아반떼 세피아 쏘나타 크레도스등 국산 중.소형차의 지수는 대부분
12로 나타나 10 안팎에 그친 네온 몬데오등 수입차를 앞섰다.

국립환경연구원이 지난 6월 국내에 수입돼 시판중인 미국.유럽산
승용차 42종과 국산 대형차 6종의 연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같은
사실은 확인됐다.

즉 수입차중 1,2등급을 받은 차종은 1개에 불과한 반면 국산차는
대부분 1,2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엔진성능도 국산차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대출력을 보면 국산 중.소형차가 차종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균 137.5를 기록, 평균 134.5를 보인 수입차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요사양에서는 수입차들이 대부분 시트벨트 프리텐셔너등 안전사양이나
우드그레인 운전석 파워시트등 편의장치를 기본 장착하고 있어 국산차보다
안전도나 편의성에서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증기간도 수입차들이 대부분 3년, 6만km를 제시하고 있어 아직 1년,
2만km인 국산차보다 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수입차는 동급 국산차에 비해 훨씬 비싸다.

풀 옵션을 장착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보면 소비자들에게 가격판단을
흐리게 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더욱이 애프터서비스용 부품가격은 최고 네온의 경우 크기나 배기량이
비슷한 국산차에 비해 600만~700만원정도 비쌌고 몬데오도 동급의
국산차보다 300만~400만원정도 높게 나타났다.

비슷한 성능에 비싼값을 주고 수입차를 사야하는지는 소비자스스로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