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유선방송이 방송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 케이블TV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난시청 해소를 위한 동네방송으로 만들어진 중계유선방송이 위성방송,
멀티미디어사업 등 부가서비스 매체로 변신하면서 케이블TV 지역방송사업자
(SO)와의 일대 격돌이 예고되고 있는 것.

더욱이 일부 중계유선방송이 무궁화통신위성을 이용한 위성방송을 계획
하고, 쌍방향전화나 VOD 등 부가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섬으로써 유선방송
업계의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SO 등 케이블TV 관계자들은 긴급회의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유선방송위성사업단(단장 하인태)을 중심으로 한 일부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는 29일 오후 1시 경주 코오롱호텔에서 중계유선 위성이용 사업설명회
와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들은 무궁화위성의 통신위성중계기로 영화프로그램을 받고자 하는 중계
유선업체들로부터 참가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공중파 TV에서 방송된 영화가 중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들은 또 지난 5월부터 문자와 영상을 포함한 지역정보
를 내보내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방범방재 가스검침 인터넷서비스 등
부가서비스도 할 방침이다.

중계유선방송사업은 원래 유선방송관리법에 의해 난시청 해소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일종의 중계업.

그러나 케이블TV가 탄생된 뒤 위기의식을 느끼자 변신을 꾀했다.

시설을 확충하고 화질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 각종 장비를 도입, 국내외
위성방송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3년동안 6배가 늘어나 현재 전국의 중계유선방송 사업체는
860개에 달하고 가입가구수도 65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장규 한국유선방송협회 회장직무대행(평택유선방송 사장)은 "케이블TV가
생긴 이후 가입자를 확충하느라 힘들었다"면서 "유선중계방송의 경우 자체
전송망을 갖고 있는 만큼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계유선방송이 이처럼 활발하게 움직이자 케이블TV 지역방송사업자(SO)
들이 이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94년 케이블TV의 개국과 함께 공보처의 허가를 받아 탄생한 전국 54개의
SO는 막대한 투자로 최신설비를 갖췄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송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가격경쟁 등에서
밀려 자칫 유선중계방송에 동네방송자리를 내놓을 형편에 처한 것.

SO는 이에 따라 최근 중계유선방송국과 케이블TV SO의 구분을 분명히
해주도록 정부당국에 건의했다.

또 숙원사업인 복수지역방송국(MSO)의 허용과 부가서비스의 실시 허가를
요청하고 있다.

SO의 하나인 서초종합유선방송 최영집 기획관리부장은 "중계유선방송과
SO가 난립되면 중복투자가 이뤄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이번 기회에
종합유선과 중계유선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춘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6일자).